정열의 「무티 사운드」를 맛본다|4일 필라델피아 오키스트러 세번째 내한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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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화려하고 부드러운 음색과 풍만한 볼륨을 자랑하는 미국의 필라델피아 오키스트러가 78,81년에 이어 세번째로 우리나라를 찾아온다. 고 「유진·오먼디」의 뒤를 이은 세계 정상급의 중견지휘자「리카르도·무티」의 지휘로 오는 6월4, 5일 서울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리는 이번 연주회는 특히 둘쨋날에 한국이 낳은 세계적피아니스트 서혜경양(25)이 협연, 더욱 뜻깊은 무대가 될 것 같다.

<협연하는 서혜경은 각국과 100여 차례 연주 계약>
이번 연주회에서 「무티」는 「오먼디」가 지난 45년동안 쌓아온 소위 「오먼디 사운드」를 얼마나 변화있고 새롭게 재창조했는가가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다.
「무티」가 새로운 음악감독겸 지휘자로 취임한 이래 필라델피아 오키스트러의 정기연주회는 매회 입장권이 완전 매진되는 기록을 세운 것을 보면 「무티 사운드」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이번에 연주될 곡목은 ◇6월4일=▲ 「모차르트」『교향곡 제41번 「주피터」』 ▲「베를리오즈」『환상교향곡 작품14』 ◇5일=▲「베르디」『시칠리아의 만양』 ▲「쇼팽」『피아노협주곡 제1번』 ▲「차이코프스키」『교향곡 제4번 F단조』등 모두 우리귀에 익숙한 포퓰러한 명곡들로 뚜렷이 「무티」의 새로운 사운드를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정열적이면서도 예지에 빛나는 「무티」의 지휘력이 과연 필라델피아 오키스트러를 어떻게 변신시켰을까 자못 궁금하다.

<필라델피아 오키스트러>
1900년에 창단된 이 오키스트러는 미국에서 비교적 짧은 연륜을 가졌으면서도 현재 세계 정상급 악단으로 손꼽힌다.
필라델피아 오키스트러는 기교가 넘치면서도 따뜻하고 부드러운 울림을 장기로 하고 있다. 강한 현군과 각 파트와의 유기적인 배합이 훌륭한 조화를 이루기 때문이다.
금관이나 타악기가 아무리 울부짖어도 항상 현군의 관능적인 색감에 스며들기 때문에 진하게 채색된 듯한 풍만하고 화려한 음향을 만들어낸다.
보수적이면서도 격조 있고 우아한 화음을 구사한다.
초대지휘자 「프리츠·실」과 제2대「칼·포릭」을 거쳐 1913년에 제3대 지휘자 「레오폴드·스토코프스키」가 취임하면서 이 오키스트러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 세계 정상급 오키스트러로 부상했다.
「쇼맨십의 대가이자 음악의 멋쟁이」「스토코프스키」는 새로운 형태의 악기배치로 내적이면서도 진취적인 냄새의 「스토코프스키 사운드」를 창조해 냈다.
「유진·오먼디」는 36년 중풍으로 은퇴한「스토코프스키」의 뒤를 이어 제4대 지휘자겸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오먼디」를 맞아들인 필라델피아 오키스트러는 이번엔 포근하고 인간적인 맛이 물씬 풍기는 「오먼디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
오키스트러의 원초적 사명은 지휘자의 의도를 따라주는데 있다. 미국의 1류연주자 1백30명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오키스트러는 집단적 고집을 벗어나 흔쾌히 새로운 지휘자에게 협력해 왔다. 이는 언제라도 다양한 표출이 가능한 전천후 관현악단임을 반증해주는 것이다.
이후 「오먼디」가 80년 이탈리아 출신의 신예 「무티」에게 지휘봉을 넘겨 줌으로써 이 오키스트러는 다시「무티 사운드」를 확립해 나가고 있다.

<리카르도 무티>
41년7월 이탈리아의 나폴리에서 태어난 「무티」는 상피에트로 음악학교 피아노부문을 1등으로 졸업한 후 26살때 기이도 칸텔리 국제콩쿠르에서 작곡부문에 입상하면서 국제무대에서 지휘자로 활약하기 시작했다.
69년부터 플로렌스 마기오 뮤지칼레의 수석지휘자겸 음악감독으로 일해 왔으며 73년엔 「오토·클렘페러」의 뒤를 이어 런던 필하모니아 오키스트러의 지휘자로 9년동안 활약했다.
이 오키스트러는 79년 그를 위해 음악감독 직책을 새로 만들어 취임시켰으며, 82년 임기를 마칠 땐 그에게 「계관지휘자」의 칭호를 주었다. 「무티」가 필라델피아 오키스트러를 처음 지휘한 것은 72년. 이때 그는 화려하고 세련된 이 악단에 큰 매력을 갖게 되었고 77년이후 객원지휘자가 된데 이어 80년엔 드디어 「오먼디」로부터 지휘봉을 물려받았다.
그는 모든 시대를 커버하는 새로운 작품을 잇달아 소개함으로써 「다양성 추구」라는 이 악단의 전통을 부활시컸다.
특히 「무티」 는 취임이후 오페라 연주에 주력해 주목받고 있다.

<서혜경>
20살때인 80년 부조니 국제콩쿠르에서 최고상을 받았으며 83년9월 세계 3대콩쿠르의 하나인 뮌헨 콩쿠르에서 피아노부문 2위를 차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후 세계 각국으로부터 연주 요청이 쇄도해 무려 1백여차례의 연주회 계약을 맺었으며 런던 심퍼니 오키스트러와 5년간 레코드 취입계약을 맺을 정도로 성큼 정상급 연주가로 떠올랐다.
그녀는 완벽한 톄크닉과 강렬한 터치로 정열적이면서도 따뜻한 연주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창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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