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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산업 541㎞ 철도 따내…‘1988 의리’ 응답한 이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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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이란 정부는 2일 테헤란 사드아바드 좀후리궁에서 경제 분야 59건을 포함해 모두 6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청와대 관계자가 서명식에 앞서 쌓여 있는 협정문을 검토하고 있다. [사진 김성룡 기자]

한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중동의 마지막 블루오션이라고 불리는 이란에서 최대 52조원 규모 사업을 수주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란과 MOU 66건 52조원 최대성과
도로·물관리 등 인프라 116억 달러
병원 6곳 건설, 의료분야도 참여
한국 “이란에 250억달러 금융지원”

청와대는 경제분야 59건을 포함해 66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역대 최대의 경제외교 성과를 냈다고 2일 밝혔다. 인프라와 에너지 재건 등 30개 프로젝트에서 MOU와 가계약 등을 통해 확보한 수주 가능 금액은 371억 달러(42조원)로, 일부 사업의 2단계 공사까지 감안하면 총 수주 가능 금액은 456억 달러(52조원)로 늘어난다.

정부는 인프라 수출과 함께 이란의 석유·가스 수입을 통해 양국 교역 규모를 2012년 경제제재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2011년 양국의 교역 규모는 174억 달러였지만 지난해에는 61억 달러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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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규모가 큰 계약 성과는 철도·도로·물관리 등 이란 국토 재건 사업 분야다. 이란은 2016~2020년 제 6차 5개년 개발계획을 철도·공항·수자원관리에 집중할 예정이다. 한국도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분야에서 116억 달러 규모의 MOU를 7건 체결했다.

인프라 분야 중 가장 큰 금액으로 계약을 맺은 기업은 서방의 이란 제재에도 사업소를 철수하지 않았던 대림산업이다. 대림산업은 이란을 남북으로 잇는 53억 달러 규모의 이스파한~아와즈 철도 건설 사업의 가계약을 체결했다. 541㎞에 이르는 철도를 건설하고 차량 공급까지 가능한 사업이다. 이 회사는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와중에 이라크의 공습을 받아 직원 13명이 사망했지만 철수하지 않고 잔류해 공사를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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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4월 30일자 1면.

한국수자원공사는 물 부족 국가인 이란에서 해수를 담수화하는 사업에 진출한다. 파키스탄과 인접한 남쪽 해안인 차바하 경제자유구역 내에 6억 달러 규모의 담수화 사업 MOU를 체결했다. 산이 많은 북쪽 지역에서는 댐 발전 효율을 높여주는 사업이 진행된다. 24억 달러 규모의 수력발전 사업(2곳)에 국내 민간기업이 참여하기로 했다.

하미드 치트치연 이란 에너지부 장관은 지난해 4월 직접 국내 한국전력 사무실을 찾아 정보통신기술(ICT)과 융합한 전력망에 대해 자문을 구했다. 한전은 남는 전력을 배터리에 충전해 에너지를 효율화하는 스마트그리드 등 10개 사업에 대해 MOU를 체결했다. 보건·의료·문화 분야의 교류와 교역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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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은 17억 달러짜리 6개 병원 건설에 뛰어들고, 의료 생산단지 사업에도 참여한다. 이란과의 교역에서 유로화나 달러 결제가 불가능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국수출입은행과 한국무역보험공사 등이 250억 달러 규모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기로 했다.

다만 MOU가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려면 이란에 구체적인 사업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관계를 이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빙현지 산업연구원(KEIT) 연구원은 “이란 청년층의 한국 제품 선호도를 높이고 한국의 앞선 기술력을 효율적으로 홍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김민상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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