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가 일방 통행땐 소수는 장외판 벌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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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12총선후 3개월만에 12대국회가 개원한다. 격전의 선거후 오랫동안의 냉각기를 가진 뒤의 개원인지라 김빠진 맥주와 같은 것이 되지나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40여일간의 여야 개원협상은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이 각자의 의사만을 국민과 상대당에 알린 효과만을 가져오고 말았다.
개원 전에 있었던 여야간의 신경질적인 체제 공방전을 보고 국민들은 자못 불안해하고 있다. 혹시나 여·야당이 지난 총선의 의의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여 정치의 파국을 초래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사실이 지지난번 총선에 나타난 민의는 여야 나름대로의 해석이 가능하므로 자기들에게 유리하게만 이해하려 들어서는 안될 것이다.
여당은 여당대로 지역구에서 87석을 얻었으나 금메달 당선자가 63명이나 된다고하여 금메달 당선자가 26명밖에 없는 신민당에는 꿀리지 않겠다고 벼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당은 이를 정국 안정에의 국민의 여망으로 보아 정국의 큰 변화를 회피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야당은 야당대로 민정당이 35%의 득표를 얻은 반면 신민당이 29%, 민한당이 20%, 국민당이 9%의 득표를 했기 때문에 야당 지지자가 여당 지지자의 길에 가깝다고 하여 변혁을 요구할지도 모른다.
여·야당은 지난번 선거에 나타난 이 민의를 정확하게 파악하여 국민의 의사를 정당하게 국정에 반영해야 하겠다. 2인선거구제의 모순 때문에 국민의 진의가 어디에 있었는가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국민이 11대 국회에 대해서 부정적이었고 새로운 변화를 희구한 것은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다.
여당은 비록 과반수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일방 통행식인 의사 진행은 사가야 하겠다.
야당도 대도시에서의 국민의 지지가 급격한 체제 변혁을 요구한 것이라고만 판단하지 말고 체제외에 있던 구 정치인들이 의회내 투쟁을 할 수 있는 발판을 구축해 준 것으로 알고 과거 지향적인 투쟁에만 집착하지 말고 미래 지향적인 정책 대결에 임해 주기 바란다. 야당은 야당대로 의석수의 열세 때문에 독자적인 입법이나 정책 결정에는 한계가 있음을 인시하고,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도록 계속 민의를 수렴해야 하겠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민의 여론을 수렴하고 국리민복을 위하여 활동해야 한다.
다수당이 다수의 위력을 믿고 일방 통행하는 경우 소수당은 국회에서의 토론과 타협을 포기하고 국회 외에서 투쟁하게 될지도 모른다. 5년간의 정치 공백에서 국회의 장내로 들어온 소수당을 국회 밖으로 몰아내지 않도록 다수당은 아량을 가져야 할 것이며 정국타개의 책임이 다수당에 있음을 절감해야 할 것이다.
근로자·학생·재야의 목소리를 국회의 장내에 수렴할 수 있도록 야당에 상당한 활동의 폭을 인정해 주어야 겠다. 민주정치는 다수결에 의한 정치이기는 하나 소수자 보호도 그 이념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하겠다.
개원국회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씻어주기 위하여서도 극한 대립을 삼가고 정정당당한 페어플레이 정신을 발휘해 주기 바란다. 개원국회의 운영여하는 12대 국회의 장래를 점치게 하는 것이기 때문에 호양의 정신으로 설득과 타협에 임해주기 바란다.
여야정치인들은 사심을 버리고 당리당략을 떠나 무엇이 국가와 민족을 위해 옳고 좋은가를 심사숙고하여 행동하여 주기 바란다. 토론과 표결에서는 소속 정당의 지시에만 따르지 말고 국민의 선량으로서 독자적인 판단에따라 행동하는 용기를 보여주기 바란다.
국회는 입법기관으로서 국민의 권익을 옹호하기 위한 법률을 제정·개폐해야 하겠다. 개원국희의 회기가 짧아 입법에는 충분한 시간이 없을 것이다.
의원 입법안을 제출하여 국민의 의사를 수렴하는 작업은 게을리하지 말아야 하겠다. 민생고의 해결을 위한 여러 법률의 제정·개폐가 시급하므로 입법 작업에도 전력을 경주하는 자세가 아쉽다. 국회는 국정비판 감시기관으로서도 중요하다. 국회는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그동안의 의혹을 파헤치고 척결하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개원국회의 당면 과제는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을 위한 자료 수집이라고 하겠다. 국민의 의사가 정당히 반영되지 못한 선거제도도 고쳐야 하겠고 사문화된 선거운동 제한 규정도 개폐해야 하겠다. 국회 임기말에는 국회의원 선거법 개정이 졸속화 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선거의 병폐가 드러난 현재에 개정을 위한 기초작업이 마련되는 게 좋겠다. 국회는 지난번 선거의 폐해를 조사하여 다시는 그러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해야 하겠다.
국회의 국정감시 비판기능도 보다 활성화 되어야한다. 대형 부정사건이 난무한 경우에도 국정 조사권 한번 발동하지 못하고 호도하는 경우에는 국민의 불신을 받게될 것은 틀림없다. 국회의원은 비록 여당 의원이라고 할지라도 국민의 대표자로서 행정부에 대한 견제권을 가지고 있는 만큼 행정부의 비판 견제에 주저함이 없어야 한다. 국회의원들은 정치가답게 국가와 민족을 위한 정론을 펴야할 것이요, 일부 계층이나 당 상층부에 아첨하거나 아부하는 언동을 취해서는 안될 것이다.
행정부의 시녀로 혹평받던 11대 국회상을 청산하고 국회가 정치의 총본산이 되도록 국회의원은 국회 활성화에 노력할 것이요, 떨어진 국회의 권위를 되찾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만하겠다. 개원국회는 바람직한 국회상 확립을 위한 시발점이 되기바란다. 김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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