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롭기도 하고 해롭기도 한 장내세균|총 4백종, 대부분 대장서 살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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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간의 장내에는 약 4백종의 각종 세균이 살면서 생리적·병리적으로 인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장내 세균에는 어떤 것이 있고 우리의 건강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고려대의대 내과 박영태교수 (부속구로병원·감염학)로부터 알아본다.
인간은 일생 중에서 수명의 약 1%를 엄마 태내의 무균환경 속에서 보낸다. 모체의 저항성에 의해 세균의 침입에서 보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모체를 벗어나면 그 직후부터 장은 각종 균의 서식처로 변해 버린다.
장내 세균의 종류와 분포는 개인의 연령이나 주거환경·장내 부위에 따라 다르며 질환의 유무나 식생활 습관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예로써 갓 태어난 신생아에서는 대장균·장구균·유산간균·포도상구균등이 여러가지 비율로 나타나며 출생 3∼4일째가 되면 이번에는 비피두스균이 출현하고 먼저있던 대장균·장구균·부패균등은 감소한다.
노인의 경우는 비피두스균이 감소하는 대신 유산간균이나 클로스트리디움등은 증가한다.
이들 세균은 대부분이 대장에 살고 있다. 위는 강산성이어서 건강한 사람은 대부분 무균상태이며 소장 상부에는 유산간균·포도상구균등이 있으나 숫자는 극히 적고 소장 하부는 대장과 비슷한 종류의 균이 분포되어 있다.
대장에는 내용물 1g에 1백억∼1조마리의 균이 들어 있으며 항문쪽에 가까울수록 균수도 많아진다.
장내 세균의 분포는 산소가 있어야 사는 호기성균과 산소가 없는 곳에서 사는 혐기성균이 1대1만정도로 대부분이 혐기성균 박테로이드스와 유박테리아(각 1g에 10억∼1조마리) 비피두스균(1억∼1백억) 클로스트리디움(1억∼10억) 등이 혐기성균에 속하며 유산균(1백만∼1백억) 연쇄상구균 (1만∼10억) 대장균등의 엔테로박테리아(10만∼1억) 진균 (1만∼1백만) 포도상구균 (1백∼10만)등이 호기성균에 속한다.
이들 상재균들은 보통때는 서로 균형을 이루고 있으나 질환에 감염되면 이 균형이 깨지며, 반대로 이 균형이 깨지면 질환이 생기기 쉽다.
그러면 장내 세균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완전한 무균상태에서 무균사료로 사육한 동물실험결과 이들 동물의 장이 얇아지는 등 정상적인 구조를 갖지 못하는 점으로 미루어 장내 세균은 우선 장의 구조를 튼튼히 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또 비타민 A·B1·B2, 니코틴산을 합성하며 단백질·아미노산등을 분해해 아민·암모니아등을 생산하는데 이들은 물론 간에서 해독이 되지만 아민류는 혈관작동물질·위액분비촉진물질로, 암모니아는 일부 단백질의 합성에 간여한다.
장내 세균은 또 호르몬작용 증강인자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들이 생산하는 여러가지 산이나 항균성 물질은 외래 병원미생물에 대한 감염방어기능도 가지고 있다.
생체와 생태학적 평형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들 장내 세균들이 만일 생리적 기능장애나 면역기구의 실조등 생체측 요인이나 병원균의 침입, 항생물질의 투여등 외적 요인으로 그 평형이 깨지게 되면 이상증식을 일으켜 영양소의 흡수부전이나 설사가 생긴다.
또 여행자에서 흔히 보는 식사나 식수의 변화로 장내 세균에 혼란이 일어나도 설사가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간기능이 저하돼 있는 사람에서는 세균에 의한 단백질·아미노산의 분해산물을 해독하지 못해 간성혼수나 궤양의 요인이 될 수도 있다.
특히 항생물질의 대량사용은 장내 세균의 평형을 깰 뿐 아니라 약제내성균이 증식되어 균교대현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백혈병·말기암·중증당뇨병·동맥경화증·대수술·신생아나 노인등 감염방어능력이 저하되어 있거나 면역억제제·스테로이드호르몬·항암제·방사선요법 등에 의해서도 이들 균의 균형이 깨진다.
또 균의 균형이 깨지면 비타민B12가 결핍되어 빈혈을 야기하며 최근에는 니트로소아민등 발암물질이 생산되거나 노화에 관여한다는 설도 대두되고 있다.

<신종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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