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명문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에 한식 과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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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명문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에 ‘한식 커리큘럼’이 도입되는 의미를 설명하는 장 폴 베르메스 파리 상공회의소 의장. [사진 재단법인미르]

“한식은 새로운 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 수 있고, 섬세함·정교함·독창성을 지녔다. 프랑스 셰프가 한국의 이런 섬세한 기술을 배우게 된다면 양국 문화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

베르메스 파리 상공회의소 의장
96년 전통 … 엘리제궁 요리사 양성소
다른 나라 요리 정규 과정은 최초
“재단법인미르와 서울에 학교 설립”

프랑스 파리의 명문 요리학교 ‘에콜 페랑디’ 정규 교육과정에 한식 커리큘럼이 도입된다. 장 폴 베르메스 파리 상공회의소 의장은 지난 22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재단법인미르의 김형수 이사장과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합의각서(MOA)를 체결했다. 96년 전통의 에콜 페랑디가 다른 나라 요리를 정규 과정에 넣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에콜 페랑디는 1920년 파리 상공회의소가 개설한 요리사 양성 프로그램에 뿌리를 두고 있다. 현재도 산하 기관으로, 3년 과정을 졸업하면 상공회의소가 수여하는 학위를 받는다. 연 1500명 정도의 교육 이수자 중 20%(약 300명)가 해외 출신이며 실무 중심 교육으로 명성이 높다. 프랑스 레스토랑 셰프에게 필수적인 프랑스 요리전문기술사 자격증(CAP) 시험 합격률도 최상위권이다. 졸업생들은 대통령관저(엘리제궁) 요리사와 식품기업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한다.

베르메스 의장은 기자와 별도 인터뷰에서 “에콜 페랑디 커리큘럼에 한식융합과정을 넣는 것은 역사적인 일”이라면서 “단순히 외국 요리 교육이 아니라 한국과 프랑스가 미식 문화를 교환해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요리는 그 훌륭함에 비해 프랑스에 잘 알려져 있지 않아요. 가령, 간장 같은 발효소스가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있는데요 풍미가 독특한데다 굉장히 다채롭게 활용됩니다. 이런 것이 프랑스 요리와 만났을 때의 궁합과 창의성 같은 것에 기대가 큽니다.”

한식 커리큘럼은 이르면 올 하반기에 첫선을 보인다. 한국인 셰프나 전문가가 초빙돼 갈 수도 있고, 에릭 트로숑 셰프처럼 현재 페랑디 교수진 중에 한식에 능통한 프랑스인이 강의할 수도 있다. 베르메스 의장은 “훌륭한 요리사에게 호기심이 필수적”이라며 “페랑디 재학생들이 한식 조리법을 흥미로워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날 체결한 MOA에는 에콜 페랑디와 재단법인미르가 서울에 ‘페랑디-미르 요리학교’를 설립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학교는 한식(50%)과 프랑스 요리(50%)를 동등하게 가르치고 파리의 페랑디처럼 인류학·미술 등 융합 교육도 한다. 현재 부지 선정 과정에 있고 이르면 내년 중 정규(9개월) 및 단기(3개월) 과정 입학생을 받는다. 베르메스 의장은 “단순 취미가 아니라 전문성을 바탕으로 자기 가치의 최대치를 끌어올리고자 하는 사람이 들어오길 바란다”면서 “졸업생들에게 프랑스 유수 레스토랑 및 기업체 인턴십 기회를 적극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재단법인미르는 삼성·현대차·SK·LG·롯데 등 국내 주요 16개 그룹이 문화 융성 및 세계화를 위해 출연해 지난해 10월 발족한 문화재단이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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