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으로] 농부아저씨보다 전기장판이 고마우면 왜 안 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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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별』(박효미 글, 윤봉선 그림, 한겨레아이들, 88쪽, 9500원)은 어른들을 뜨끔하게 하는 초등 저학년용 동화다. 획일적이고 권위적인 교실 풍경을 꼬집었다는 점에서 황선미 작가의 대표작 『나쁜 어린이표』와 일맥상통한다.

선생님이 나눠준 별 스티커에 고마운 물건이나 사람을 써가야 하는 게 숙제다. 수택이는 ‘테레비’와 ‘전기장판’을 적었다. 직장 잃은 아빠, 동대문 새벽시장에서 일하는 엄마, 까칠한 사춘기 누나 대신 텔레비전은 심심한 수택이의 좋은 친구다. 텔레비전 덕에 수택이는 다섯 살때 글자를 익혔다. 또 보일러가 없는 수택이 집에서 전기장판은 온 가족을 따뜻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하지만 선생님은 수택이의 답이 못마땅하다. “TV는 바보상자”이고, “전기장판에선 전자파가 나온다”는 이유에서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인명구조대원이나 농부 아저씨를 적어가야 모범답안이 되는 답답한 현실에서도 수택이는 여전히 건강하다. “거짓말은 나쁜 거지요?”를 순진하게 묻는 수택이가 고맙다.

이지영 기자  jy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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