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불가" 의지 직접 재확인|「5·2 청와대 회담」이 뜻하는 것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5·2청와대 3당대표회담은 88년 평화적정권교체에 관한 전두환대통령의 확고한의지가 선거후 조성된 새로운 정국배경에서 바로 야당대표를 앞에두고 직접육성으로, 그것도 최상급의 표현으로 또한번 천명됐다는데 가장 눈길이 간다.
전대통령은 임기중 결코 개헌을 않고 임기를 하루 더도, 덜도 아니게 꼭 채우고 물러가겠다고 분명히 했다.
전대통령의 이같은 소신표명은 2·12선거후 개헌문제가 가장 큰 정치쟁점으로 부각돼 있고, 여야간 정국운영의 최대변수로 등장해 있다는 사실과 관련해볼때 여러가지로 중요한의미를 함축하고 있다고 볼수있다.
우선 「개헌불가」라는 정부여당의 기존의 입장이 확고함을 재확인한 것이다.
대통령직선제개헌을 주장하는 야당측이 전대통령의 임기중 개헌을 끝내 밀고갈 경우 개헌문제에 관해서는 여야간 신축성이 없어지는 셈이다.
또 한가지는 국민일부, 특히 야당일부에 전대통령단임회의론이 있다면 이번에 많이 해소됐을 것이란 것이다. 그만큼 이날나온 전대통령의 발언과 심정의 표현은 절실했다고 볼수있다.
이같은 전대통령의 소신표명에 대한 야당총재들의 반응은 청와대 발표만으로는 구체적으로 알기 어렵게 되어있다.
발표에 따르면 전대통령의 이대목 발언이 있은후 이민우신민당총재는 『좋은 말씀입니다』고 했다는데 이 말은 『개헌을 않겠다』는 대목보다는『평화적 정부이양을 이룩하겠다』 『자기 아니면 안된다는 사고는 위험하다』는 대목에 대한 공감표시로 짐작된다.
야당들은 선거때 대통령직선제 개헌을 공약으로 내세웠고 특히 신민당은 이민우총재가 외지회견에서 전대통령의 임기중 개헌과 임기전 퇴진을 요구한것을 당론으로 뒷받침하기까지 했는데, 전대통령의 이런 소신표명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것은 주목할만한 일이다. 그렇다고 신민·국민 양당이 직선제 개헌주장을 추진하지 않게 된다거나 추진시기를 전대통령의 임기만료후로 설정할 것이라는 등의 추측은 할수 없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전대통령은 평화적정권교체의 소망을 도의적으로 지지해달라고 「레이건」대통령에게 요청했고 「레이건」대통령이 「전적인 이해와 공감」을 표시했다고 했는데 야당측이 이 대목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그것이 앞으로 어떻게 나타날는지 궁금하다.
정가에 널리 기대되던 국회개원문제의 돌파구가 이번 청와대회동에서 바로 마련됐다고는 보기 어렵다. 그러나 모든정치의 장내수렴과 조속히 개원돼야 한다는 원칙에는 의견합치가 있었기 때문에 경색을푸는 여건은 크게 조성됐다고 볼수있다.
구체적으로 협상조건에 관한 언질이나 힌트는 없었지만 이날 회담의 우호적 분위기로 미루어 협상에 임하는 여야의 자세도 보다 완화되고 대국적인 방향으로 변할 가능성은 점칠수 있다.
또 이날 회동과 유사한 고위정치모임이 앞으로 자주 열릴 터전이 마련됐다는 점도 정국을 푸는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전대통령은 『나도 시간 나는대로 자주 만나겠지만 우선 세분끼리 자주 만나달라』고 권유했는데 전대통령의 이런발언에 따라 민정당이 정당대표회담같은 모임을 적극 추진할것은 짐작되는 일이다.
전대통령은 방미성과에 관해서는 주로 한반도의 안보상황과 관련해 설명했는데 야당총재들이 국가원수로부터 안보에관한 구체적인 설명을 들은 자체가 의미있는 일이며 안보에관한 초당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큰 기여가 될수있을 것이다.
외채문제도 거론됐지만 구체적인 의견교환은 없었고 문제의심각성과 온국민의 단합된 대처가 필요하다는 원칙론에 의견이 일치했다.
이날 청와대 회동은 원래 전대통렴의 방미결과 설명이 목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정치문제가 더 비중있게 논의됐다.
야당측은 구체적으로 정치현안을 제기하지는 않고△정치력발휘△의회정치와 양당제의 궤도정착△관용과 포용을 요양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석방·사면복권등 정치현안을 거론했다.
이런 문제에 관해 전대통령은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조기개원필요성을 역설한 야당총재들에 대해 『정치를 해보니 상호감정적인 문제를 갖고 서로 일방적인 주장을 하게되면 극한대립이 빚어지고 어느 일방에 의한 힘의행사가 이뤄지게 되더군요. 그러면 다른쪽에서 또 힘의 행사를하고』라는 말을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무서운 것은 혼란』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전대통령의 말을 새겨보면△감정적이 아닌 합리적인자세와 주장△혼란의 여지가 없는 정치를 정치의 기본요건으로 생각하는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할수있다. 따라서 수많은난제를 안고 있는 여야관계도 서로가 현실에 알맞는 자세와 주장으로 점진적 순리적으로 임한다면 풀려나갈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할것 같다.
이날 회담에서 야당총재들은 많이 듣는 입장을 취한듯 하다. 그것은 주로 국가원수에 대한 예우라는 배려와 모임자체가 설명을 듣는 형식이였기 때문이었겠지만 평소의 주장을 이런기회에 좀더 솔직하게 개진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것도 사실이다.
이민우신민당총재가 요청한 단독면담을 전대통령이 원칙적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할말」은 그때가서 한다는 생각이었는지는 모르나 더할수없이 좋은 「장내」를 맞아 필요한 얘기는 하는게 마땅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전반적으로 볼때 이날 청와대회동은 그 자체로 의의가 크다. 여야가 추구한다고 말로만 고창되는 감이있던 대화정치가 가장 높은 수준에서 실현된 것이며, 경새된 정국을 풀어나가는데도 청신호의 구실을 할것 같다.
비록 가시적·명시적 합의는 없었지만 정치의 장내수렴, 조속한 개원, 「나 아니면 안된다」는 사고방식배척등 중요한 기조에 의견일치를 본것은 대화정치를 궤도에 올릴 중요한터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여야는 이 터전을 살리고, 가꾸고, 확대시켜 나가야 하며 그 일차적 노력의 결실이 국회의조속한 개원이 돼야 함은 물론이다. <송진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