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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통령·3당대표 회동 무슨말이 오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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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전대통령=오랜만입니다.
▲이민우 신민당총재=초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민우 국민당총재=이번 방미에서 많은성과를 거둔것을 축하드립니다.
▲전대통령=이번 정상회담에서 양국간 특별한 현안은없었고 최근 우리의 긴박한안보상황에 비추어 미국의 대한방위공약을 확고히하고 그 결의를 재확인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하여 갔읍니다.
국가원수는 외국에 나가면 고생을 하게 돼있지요.
미국측이 경호를 원칙대로 철저히 해서 돌아와 TV재방송을 보고서야 내가 묵은 호텔이 저렇게 생겼구나 하는것을 알게됐을 정도입니다.
정상회담에서는 한미간의안보·경제·외교·정치 문제등에 대해 얘기를 많이 나누었읍니다.
우리에게는 88년까지 전쟁재발여부가 제일중요한 문제입니다. 북한은 청진북방에있던 기계화부대를 작년말까지 모두 전방에 전진배치를끝냈고, 다음 2개 보병사단이 원위치에서 없어져 추적해보니 84년 개성일대에 배치한게 확인되었읍니다. 이들이 6·25때처럼 야간에만 이동해서 일찌기 포착 안된겁니다.
▲노태우 민정당대표=인공위성이 뜨면 북괴군들은 모든동작을 중지해 버린다고 합니다.
▲전대통령=속도전을 위해 북한은 이미 보병을 기계화부대도 많이 증편했으며 동·서해근방에서 새로운 공군기지를 창설했읍니다.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는 3, 4년 이므로 이기간에 북한이 전쟁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해야합니다.
남북한 정규군이 1백50만이나 대치하고 있고 소련이 극동군사력을 계속 증강하는추세에 있기때문에 전쟁이나면 미국과 소련의 개입이 불가피 하게되어 제3차세계대전으로 확대될 것이며, 그렇게되면 우리민족이 멸망할 뿐 아니라 세계평화를 송두리째 파괴하게 되므로 어떤일이 있어도 전쟁발발은 기어코 막아야 하겠읍니다. 이러한 점을 나는 이번 방미정상회담에서 강조했읍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측에서는 주한미군 전력을 증강하겠다고 했으며 나는 근본적으로 동북아 평화구조를 개선하는 노력을 촉구했읍니다. 사실 88년이 한반도의 위기의 해가 될것입니다.
11월 미대통령선거가 있고 2월에 우리 대통령의 취임이 있으며 또 올림픽이 있는 해이기 때문에 적이 이런점을 틈타서 무슨짓을 해올지 모릅니다.
88년까지만 무사히 넘기면 우리의 경제력과 방위력증강으로 북한은 남침을 못하게될 것입니다.
북한은 여러가지 내부모순 때문에 마지막 몸부림을 칠 가능성이 많습니다. 나는 이런점을 미국측에 강조했읍니다.
경제문제에 있어서는 대미무역이 작년한해 30억달러흑자인데 미국측이 우리를 제2의 일본으로 취급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읍니다.
우리는 GNP가 8백억달러이고 일본은 1조2천억달러가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는 GNP 6%를 방위비로 부담하니 일본과 같이 취급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얘기했읍니다. 이 점에 관해서는 미국측에서도 이해와 공감을 표했읍니다.
나라를 잘 지키려면 국방이 튼튼해야하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은 안보와 바로 연결된다는 점을 역설했옵니다.
▲이만섭총재=한국경제 성장이 한반도안보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데 미국이 왜 우리의 시장개방을 요구하는지 모르겠읍니다.
▲전대통령=우리는 미국을 잘 아는것 같으면서도 미국을 잘 모르는 측면이 있읍니다. 일본은 미국인 변호사·학자를 통해, 즉 미국인을 통해 미국인을 설득하는데 사실 우리는 그렇게 못했지 않습니까.
컬러TV 덤핑판정때 우리는 미국의 고위층에만 얘기를 해서 그 아래 실무자가 반발, 너무 철저히 재심하는 바람에 사태가 악화된 예도 있읍니다.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정치문제에 관한 얘기도 좀 했읍니다.
지난 12대선거는 어느때보다 공명하고 자유스러운 선거였다고 생각합니다. 국회가 아직 열리지 않고 있으나 불원 개원될것으로 봅니다. 우리는 불행한 헌정사를 갖고있으나 앞으로는 민주주의가 잘될것으로 봅니다.
미국과는 문화적전통, 역사적배경이 다른데 미국식사고와 가치기준을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헬기문제도 미측으로부더 재발방지와 부품유출이 안되도록 하겠다는 사과와 보장을 받았읍니다. 하고싶은 말씀이 계시면 해보시지요.
▲이만섭총재=외채문제에대해서는 전국민이 근검절약해서 나라를 살려야 하겠다고 생각합니다.
▲전대통령=좋은 말씀입니다. 80년에 대통령을 맡고보니 쌀과 외채상환이 제일 문제였습니다. 제3공화국때 외채를 너무 많이 들여왔는데다 방위산업에 과잉투자를 했는데 80년당시 그 50%도 가동 안되고 있었읍니다.
사회가 불안하면 돈을 꿀수 없는데 그때는 돈을 빌리려해도 잘 안됐죠.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외채문제에 대해서는 정부도 총력을 경주해 대처해 나가겠지만 지도층과 각계의 협조와동참이 매우 소망스럽습니다.
작년에 선거를 앞두고 예산을 얼마큼 늘려 인심을 쓸수도 있었지만 완전동결했읍니다. 나는 정치경험이 길지않아 정치를 잘 모르는 편이지만 절대로 눈앞의 인기영합은 하지않을것입니다. 예산동결로 공무원월급까지 동결돼 공무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있읍니다.
우리에게는 모든게 잘 되고있는 속에서도 다만 중산층이 좀 엷은것이 문제입니다. 개인당 국민소득이 1천9백98달러로 욕구가 증대되다보니 대소의 불만도 늘어나는것 같습니다.
자동차도 타고싶고 바캉스도 가고싶고 .지금 고비만 잘 넘기면 잘 될것입니다.
▲이민우 총재=미국방문에관한 말씀을 소상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각하에 대해 평소 바깥에서 느끼는것보다 이제 2시간이 넘게 뵙고 말씀을 듣고보니 인식을 새로이 했읍니다.
▲전대통령=좋게 새로이 하셨읍니까. (모두 웃음)
▲이민우 총재=솔직이 말씀드려 바깥에서는 인상을 좋게 안가졌습니다. 정치와 경제문제, 하실일, 우리가 구상하고 있는 일등에 대해 단둘이 만나 논의할 수 있도록 충분히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읍니다.
저는 30년간 정치를 해오면서 나라를 위한다는 생각외에는 아무 욕심이 없읍니다. 그 시대에 무슨 보탬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밖에는 없읍니다. 밑바닥 사람의 얘기도 들어 주시고 폭넓게 안아주시기 바랍니다.
▲이만섭 총재=안보문제가 긴박하고 남북대화도 앞두고있으니 만큼 국회를 빨리 열어야 되겠읍니다.
▲이민우 총재=각하께서 이총무를 불러서 빨리 열라고 하면 안되겠읍니까. (일동웃음)
▲전대통령=정치란 다 국리민복을 위해 하는것이지요. 10·26후 어느 야당정치인을 만났더니 이번에 3김씨중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경제가 파탄지경에 있어 1년을 견디지 못할 형편이라고말해 웃은 일이 있었는데 정치를해보니 상호 감정적인 문제를 가지고 서로 일방적인 주장을 하게되면 한쪽에서는 흑이라고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백이라고 주장해서 극한대립이 빚어지고 어느 일방에의한 힘의 행사가 이루어지게 되더군요.
그러면 다른쪽에서 또 힘의행사를 하고. 이민우총재께서 정치를 오래 하셨으니 잘 아시겠지만 이런 악순환이 지난날 우리의 정치사가 아닙니까.
우리에게 무엇보다 무서운것은 혼란이며 혼란은 나라의 생존을 위해서도 절대 용납될수 없읍니다.
▲이민우총재=과거 민주당은 내각책임제였는데 대통령은 상징적존재였읍니다. 3·15부정선거는 이박사도 모르게 이루어진것 같습니다. 그것은 부통령이 대통령의 승계권을 가지고있어 당시 노령이었던 이박사가 4년을 채 넘기지 못할것이라는 판단에서 그런부정이 저질러진 것 같습니다.
지난날 내가 국회부의장으로 있을때 청와대에 와서 고박대통령에게 재혼을 하시라고 했더니 『좋은사람 있으면 천거해보라』고 농담으로 받아 들입디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일도 격무고 기분 나쁜 일도 있을것이고 하니 저녁때가 되어 술생각이 날수도 있었겠죠.
박대통령이 자기손으로 유신을 폐지하고 물러났으면 새마을운동등 나라일도 많이해 역사적인물로 남았을텐데 아쉽습니다.
▲이만섭총재=모든 정치가국회안으로 수렴되어야 의회정치가 발전하지않겠읍니까?
▲이민우총재=그렇지요.
▲김대통령=옳은 말씀입니다.
▲이민우총재=나도 민추를하고있으나, 정치력이 발휘되어 양당제도가 되는등 의회정치와 정당정치로 궤도를 잡는것이 정상이 아니겠습니까. 장외단체가 생기는것은 정치력으로 잘 풀어주시면 안되겠읍니까? 각하께서 국민이 총화단결되게 이끌어주시고 관용하고 모두를 포용하는 그런 정치를 펴주십시오.
▲전대통령=「레이건」대통령에게 우리헌법이 30여년간 8번이나 바꿔었다고 했더니 놀라더군요. 그게 우리의 정치현실이고 우리의 역사적배경이라고 했읍니다. 내가 현행헌법체제에서 합헌적인 절차에 따라 평화적 정권교체를 꼭 실현해야 민주주의에 대해 올바른인식을 할것입니다. 전직대통령은 정권교체를 한다고 해놓고도 안지켰으나 나는 개헌을 하지않고 평화적 정부이양을 이룩하겠다는 소망을 갖고있읍니다. 미국의 대통령취임선서에도「내외로부터 미국의 헌법을 방위하며」 라는 표현이 있는것으로 알고있는데 우리도「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라는 표현이 있어 내용이나 목적이 똑같습니다.
나는「레이건」대통령에게 한국의 민주주의를 위해서 「조지·워싱턴」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것이 내 소망이라고 말하고 국민적합의를 퉁해 평화적 정권교체를 이룩하려는 내 소망을 도의적으로 지지성원해주고 관심을 가져달라, 즉 내가 진성한 민주주의를 심는데 기여해달라고 했읍니다. 이에대해 「레이건」대통령도 전적인 이해와공감을 표시했읍니다.
나는 대통령이 된뒤 일에시달리다 보니까 이런 고달픈 자리를 왜 그렇게 오래하려고 들 했을까 납득이 안갔읍니다. 자기 아니면 안된다는 사고는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민우총재=좋은 말씀입니다.
▲전대통령=그러나 너무자주 바꾸면 안되고 지금 7년단임이 딱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민우총재=「조지 워싱턴」처럼 되시겠다는 말씀은 참으로 좋은말씀입니다. 대통령자리에 오래 있게되면 피곤하다는 말씀에 동감이 갑니다. 저도 총재자리에 오르고나서 하루종일 사람을 만나는 일에 시달려 피곤하다보면 내가 왜 이래야 하나할때가 있읍니다.
▲이만섭총재=나 아니면 안된다, 나만이 해야한다는 그런 사고는 모든 정치지도자가 다 버려야 합니다.
▲이민우총재=누구 아니면 안되고 누구라야 된다는 사람은 민주주의를 할 자격이 없읍니다. 짧은 기간이라도 국가를위해 민주주의의 터전을 세우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면 국민들은 박수를 보낼 것입니다.
▲전대통령=사람은 자주 바뀌어야합니다. 그래야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새로운 정력으로 일을 밀고 나가게 됩니다.
나는 하루라도 더도 안하고 덜도 안하고 헌법에 보장된 임기를 꼭 채우고 나갈것입니다 (일동 옷음). 나도 시간나는대로 자주 만나겠지만 우선 세분끼리 좀더자주 만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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