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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을 암이라 부르지 말자?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갑상선암 종류 중에 유두암의 여포변종(follicular variant of papillary thyroid carcinoma)이라는 것이 있다.

암세포의 기원은 유두암세포인데 모양은 여포암 비슷하다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전체 유두 갑상선암의 17.9%정도를 차지한다(J Clin Endocrinol Meatab 2016:101:264~74).

크게 침습형(infiltrating type)과 피막형(encapsulated type)으로 나눈다. 전자는 고유의 유두암과 비슷한 모양과 임상경과를 보이고 있고, 후자는 여포암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경과는 좋다. 침습형은 말 그대로 종양의 피막이 없고 피막형은 피막이 있는 것이다.

갑상선암은 종류에 따라 임상경과와 예후가 매우 다르다. 암이란 이름이 붙었지만 치료후에 재발과 사망이 거의 없어 양성종양에 가까운 종류가 있는가 하면 걸렸다 하면 단시간내에 사망하는 미분화암까지 있다. 이름은 암이지만 경과가 너무 양호하여 암이라고 하기에는 자격미달인 암이 있다. 바로 유두암의 여포변종중 피막형의 일부가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다.

피막형은 다시 침윤형(invasive type)과 비침윤형(noninvasive encapsulated follicular variant of papillary thyroid cancer)으로 나누는데 이 비침윤형이 바로 암은 암이지만 예후가 너무 좋아 암이란 말을 빼도 되지 않을까 하는 논문이 최근 미국의학협회 종양(JAMA Oncology)인터넷 판에 올려진 것이다(4월 14일).

이 연구는 미국암연구소의 의뢰를 받은 피츠버그의대의 병리학교수인 Nikiforov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이다. 연구팀은 수술받은 109명의 비침윤 피막형 여포변종 유두암환자와 101명의 침윤이 있는 피막형 여포변종(invasive encapsulated follicular variant of papillary cancer)환자를 비교 조사한 결과, 전자는 10~26년 추적하는 동안 전부 재발이 없이 잘 살고 있었는데 후자는 1~18년 추적중 5명은 폐, 뼈로 퍼졌고 2명은 사망했다고 하였다.

전자의 다수는 반절제술을 했고 후자의 다수는 전절제와 방사성 요드치료까지 했다고 하였다. 이들의 연구 대상은 아니었지만 문헌상의 비침윤형 352명중에서는 2명(0.6%)에서 재발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는 이 종양은 첫 15년간 재발율이 1% 미만일 정도로 낮다고 이 연구팀은 밝혔다.

이 결과를 보아 비침윤 피막형여포변종 유두암은 암은 암이지만 예후가 너무 좋기때문에 암이란 용어를 빼고 비침윤 유두세포핵을 가진 여포 갑상선종양(NIFTP : noninvasive follicular thyroid neoplasm with papillary- like nuclear feature)이라고 부르자고 하게 된 것이다.

암은 암이지만 암이라고 부르지 말자고 한 것이다. 양성종양인 여포선종(follicular adenoma)이 여포암(follicular cancer)의 전단계이듯이 비침윤여포갑상선종양(NIFTP)은 침윤이 있는 피막형 여포변종의 전단계(precursor)로 보자고 한 것이다.

여포선종이라고 진단하려면 종양을 완전히 떼어서 피막이나 혈관침범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되듯이 비침윤여포갑상선종양(NIFTP)이라고 진단하려면 종양을 완전히 떼어서 침윤이 없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따라서 진단적 갑상선엽 절제술(diagnostic lobectomy)이나 진단적 종양 적출술(diagnostic nodulectomy)을 해야 한다. 즉 수술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비침윤형 유두암의 여포변종이라고 진단되어도 암에 준한 수술을 하고 수술후 방사성요드치료까지 하는 수가 있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이다.

갑상선반절제술 내지 종양 적출술이면 충분한 것이다. 전체 갑상선암의 10~20%가 여기에 해당될 것이라고 추산된다. 암이란는 용어를 빼어버리니까 환자는 암이라는 심리적부담이나 의료비 부담에서 벗어나게 되고 각종 사회적 비용도 절감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는 유방암이나 전립선암등 다른암에서도 같은 의견이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의견이 관련학회에서 정설로 받아들여질지는 앞으로 좀 기다려 봐야 하겠지만 필자 개인으로는 이번 연구논문 결과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고 있다.

오늘 수술한 53세 여자사람환자는 왼쪽 갑상선날개의 1.15cm 유두암으로 전원되어 왔다. 물론 세침검사로 진단받았다.

초음파스테지징검사(ultrasonographic staging)와 CT스캔에는 반대편 날개에도 2.5cm와 05cm 결절이 있는데 모양이 얌전해서 양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되었다.

수술은 우선 왼쪽 갑상선 반절제와 중앙경부청소술을 하고 오른쪽 결절 두개는 결절 적출술(nodulectomy)을 해서 긴급조치검사실로 보낸다. 양성이겠지 생각하고 수술을 끝내고 환자를 깨우려고 하는데 조직검사결과가 컴터에 올라온다. "보내준 두 결절 모두 유두암의 여포변종임"

"뭐야? 암이라고? 그럼 전절제 해야 하나?' 닫았던 수술창을 다시 열고 있다가 "혹시 NIFTP일지 모르잖아, 그러면 전절제 할 필요가 없지...."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긴급조직검사실에 전화를 한다. "여포변종중 무슨 타이프요? 침윤형(infiltrating type)이요? 피막형(encapsulated type)요? 뭐라고? NIFTP라고? 그럼 수술은 더 이상 진행 안해도 되잖아..."

흐흐...옛날 같으면 반대편도 암이라니까 나머지 갑상선을 따 떼는 전절제술이 되었을 테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암이지만 암이라 부르지 말자" 했으니까 이 정도 수술이면 충분한 것이다.

蛇足: 남자로 태어 났지만 남자구실을 안하고 여자로 행동하고 살고 있으니까 아예 호적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기재변경을 하자? -- 비교가 너무 튀었나? ㅎㅎ

☞박정수 교수는...
세브란스병원 외과학 교실 조교수로 근무하다 미국 양대 암 전문 병원인 MD 앤드슨 암병원과 뉴욕의 슬론 케터링 암센터에서 갑상선암을 포함한 두경부암에 대한 연수를 받고 1982년 말에 귀국했다. 국내 최초 갑상선암 전문 외과의사로 수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했고 초대 갑상선학회 회장으로 선출돼 학술 발전의 토대를 마련한 바 있다. 대한두경부종양학회장, 대한외과학회 이사장, 아시아내분비외과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국내 갑상선암수술을 가장 많이 한 교수로 알려져 있다. 현재 퇴직 후에도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주당 20여건의 수술을 집도하고 있으며 후진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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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수 기자 sohopeacock@naver.com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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