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에서 ‘거야(巨野)’ 구도를 만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기업구조조정에 협조할 뜻을 내비쳤다. 야당의 변화 조짐이다. 노조의 ‘눈치’를 봐왔던 야당이 구조조정에 협조할 뜻을 밝힌 건 이례적이다. 구조조정은 실업과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20일 당 회의에서 “근본적 구조조정이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고선 경제의 중·장기적 전망이 밝지 않다”며 “더민주도 협조를 아끼지 않을 테니 정부가 심사숙고해 제대로 된 청사진을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기업의 단기적 생존을 위해 돈을 더 투여하는 식의 사고가 팽배해 있는 것 같은데, 이 점을 각별히 유의해 달라”며 ‘땜질식’ 지원에는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대량 실업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데 실업 문제를 자연히 해결할 수 있는 조치를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며 “실업 기간 생존의 문제나 다른 업종으로 전업할 수 있는 교육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야당, 구조조정 협조 밝혀 이례적
정장선 총무본부장은 “비대위에서 현대상선의 실례를 들어 여러 차례 구조조정을 논의한 뒤 김 대표가 실업 대책을 포함한 제안을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도 “‘문제는 경제다’는 우리 당의 뜻에 부응해 국민의 평가를 최소한 반영할 수 있는 법을 논의하도록 하겠다”며 “우리나라 경제체질 구조조정을 위한 법이 논의될 수 있겠다”고 가세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구조개혁과 함께 청년실업 문제도 들고 나왔다. 청년 실업 해소는 박근혜 정부가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이다.
안 대표는 이날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종인 대표의 구조조정 언급에 대해 “구조조정을 넘어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박근혜 정부의 미시적 구조조정 정도가 아니라 거시적 관점에서 ‘구조개혁’을 하지 않으면 경제가 굉장히 힘들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당장 19대 마지막 국회에서 청년실업 문제 해결에 나설 태세다. 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19대 국회 마지막 회의에선 청년실업 문제를 최우선으로 할 수 있는 합의를 최대한 만들어내야 한다”며 “정치를 바꾸고, 정권을 바꾸고, 국민의 삶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고용촉진법 등 청년실업 대책과 관련한 합의를 할 수 있는 법안들에 대해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결심을 촉구한다. 협조해 달라”며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한편 창업을 통해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청년창업 지원과 공정시장 만드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진화법 폐지를 주장했던 새누리당은 과반 의석을 잃게 되자 소극적으로 돌아선 상태다. 원내 과반 정당이 없는 20대 국회에서 선진화법이 폐지되면 국민의당의 협조 없이는 쟁점법안을 처리하기 어려워진다.
글=강태화·박가영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김경빈·강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