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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활용해 마케팅 하려니 “개인 동의 다 받아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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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월미도 치맥, 강남 말춤파티
초대형 유커 유치한 여행사도
가이드 규제에 행사 못할 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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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중국 아오란(傲瀾)그룹 임직원 4500명이 ‘월미도 치맥(치킨+맥주) 파티’를 열었다. 다음달 8일 서울에선 중국 중마이(中脈)그룹 임직원 8000명이 가수 싸이와 ‘강남 말춤 파티’를 한다. 중국 기업의 단체 포상관광이 한류 열풍과 맞물려 국내 관광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 초대형 중국인 관광단 유치가 하마터면 무산될 뻔했다. 규제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아오란그룹을 유치한 대화국제여행사, 중마이그룹을 맡은 화방관광의 중국 전담여행사 자격을 지난달 28일 취소했다. 과거 무자격 가이드를 쓴 적이 있다는 등의 이유에서였다.

중국 단체관광객(3인 이상)을 유치하려면 중국 전담여행사 자격이 있어야 한다. 1998년 중국인의 불법 체류 방지를 위해 도입한 제도지만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2013년부터 2년마다 자격 갱신 심사를 받도록 했다. 올해 심사 대상인 170개 업체 중 40%에 해당하는 68곳이 탈락했다. 총 209개 업체 중 33%다.

자격은 취소됐지만 시행일이 이달 11일이었기 때문에 아오란그룹의 ‘치맥 관광’은 별 탈 없이 진행됐다. 하지만 다음달 예정된 행사를 못 치르게 된 화방관광은 법적 대응에 나섰고, 지난 8일 서울행정법원으로부터 자격 정지 취소 가처분 결정을 받아 다음달 중마이 ‘강남 말춤 파티’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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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국제관광과의 왕기영 사무관은 “과열 경쟁으로 유커(遊客) 관광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분기별 실적도 전산 관리하고 무자격 관광가이드를 여러 번 쓰면 상시 퇴출할 수 있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방관광 이형근 이사는 “유커 8000명이 한꺼번에 오면 최소 200명의 가이드가 필요한데 연간 10만 명을 유치하는 우리 회사도 60명뿐”이라며 “필기시험은 통과 못했지만 수십 년 경험이 있고 중국어가 유창한 가이드를 적절하게 활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연간 10개 팀을 유치하는 여행사와 300개 팀을 유치하는 여행사의 고객 한 명당 매출을 똑같이 비교하는 등 획일화된 규제 기준도 문제로 지적됐다.

규제가 우리 경제의 경쟁력과 활력을 갉아먹는 사례는 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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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수심이 얕고 물이 맑은 천혜의 환경이지만 스쿠버다이버가 해외 관광지처럼 많이 찾지 않는다. 전용 운송 수단이 없어 낚싯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야 하는데 사업면허가 없는 배가 사람을 태우는 건 불법이기 때문이다. 제주도 연안에서 양식업을 하는 이성근(가명·54)씨는 “한 달에 몇 번 다이버들을 인근 문섬에 데려다주는데 ‘알바’하려고 사업면허를 따는 건 비현실적”이라며 “해경의 단속을 피해 잠깐 갔다가 본업을 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에서는 특례조항을 만들었다. 약 200만원의 비용이 드는 안전철망·사다리 등의 시설을 갖추면 어선에도 다이버가 탈 수 있도록 했다.

제주어선주협회 관계자는 “기존 면허 취득비나 벌금을 생각하면 적은 비용”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울릉도를 비롯해 다른 다이빙 지역도 이렇게 규제를 풀어 주면 국내 다이버는 물론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페북은 개인 구매 정보 확보
온라인 광고에 활용해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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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한 사업이 유망 업종으로 떠올랐지만 국내에선 엄격한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활성화가 쉽지 않다. 이름·주민등록번호뿐 아니라 다른 정보와 결합해 인적 사항을 알아볼 수 있는 정보도 보호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A카드사는 고객의 거래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마케팅을 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신상정보가 아니라 거래 패턴을 활용하더라도 반드시 고객 한 명 한 명에게 서면 동의를 받아야 했는데 이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B신용평가사는 휴대전화 요금 납부를 성실히 했으면 대학생·신입사원도 높은 신용평가 등급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이 규제 때문에 접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미국 데이터 중개업체인 액시엄·데이터로직스 등과 제휴, 오프라인 구매 기록을 분석해 온라인 광고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많은 수익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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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테크 기업 해외 간편 송금
은행 없이 못하는 것도 문제

금융과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첨단 분야인 핀테크도 규제에 발목이 잡혔다. 모바일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의 이승건 대표는 점점 커지는 간편 해외 송금 분야에 도전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건당 3000달러 이하의 소액은 핀테크 기업도 해외 송금을 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지만 시행령에 따르면 은행과 제휴 없이 독자적으로 송금 업무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핀테크 기업이 고객을 모아 은행에 전달해 주는 역할밖에 못하게 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구희령·곽재민·허정연 기자 hea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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