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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파일] "KK 일련번호 지폐 찾는다"며 점원 속여 돈 가로챈 외국인 형제

중앙일보

입력

전국 각지의 편의점ㆍ서점ㆍ커피숍 등에서 점원을 상대로 사기를 친 외국인 형제가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들은 영어와 이란어로 “특정 일련번호의 지폐를 수집하고 있다”면서 점원을 정신없게 만든 뒤 돈을 슬쩍 빼가는 수법을 썼습니다. 일명 ‘네다바이’ 수법입니다.

네다바이는 일본어 ‘네타바이(ねたばい)’에서 나온 은어로 교묘하게 남을 속여 금품을 빼앗는 사기범죄를 말합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이렇게 네다바이 수법으로 지난 3~4월 한 달 사이 서울ㆍ경기ㆍ강원 등에 있는 편의점ㆍ서점ㆍ커피숍 등에서 36회에 걸쳐 현금 약 1100만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절도)로 이란인 A(35)씨와 B(30)씨 형제를 구속했다고 18일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형제는 지난달 초 공범 C씨와 함께 관광비자로 국내에 입국했습니다. 범행 수법은 단순했습니다. 이들은 주로 손님이 드문 시간대에 매장에 들어가 음료수 등 값싼 물품을 구입한 뒤 점원에게 ‘KK’ 등 특정영문으로 일련번호가 시작하는 지폐를 수집한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영어와 이란어, 보디랭귀지를 섞어가며 점원을 정신없게 만드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점원이 금전출납기에서 지폐 뭉치를 꺼내면 이를 보여달라고 한 뒤 함께 지폐를 찾는 척을 하다 돈을 몇 장씩 빼내는 수법을 썼습니다.

경찰은 “전형적인 밑장빼기 수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피해자들 대부분은 범행 당시에는 피해사실을 몰랐다가 정산을 할 때 돈이 비는 것을 확인하고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경찰은 현장 및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지난 5일 서울 방이동 모텔에 묵고있던 A씨와 B씨를 긴급체포했습니다. 이들은 6일 출국 예정이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이미 도주한 공범 C씨에 대해 국제공조수사를 요청하는 한편 이들의 여죄를 수사중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특정 지폐를 요구하면서 접근하는 외국인 손님을 각별히 주의하고 없어진 돈이 소액이더라도 경찰에 신고해 추가 피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채승기 기자 ch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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