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m 크기 우주선’수천 개 쏘아 태양계 밖 이웃별 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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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왼쪽)가 12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스타샷 프로젝트’ 기자회견에서 초소형 우주선을 이용한 ‘알파 센타우리’ 탐사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뉴욕 신화=뉴시스]

가로·세로 각 1m 크기의 초소형 우주선을 쏘아 올려 우주공간을 탐사하는 ‘스타샷’ 프로젝트가 12일(현지시간) 출범했다.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74) 영국 케임브리지대 석좌교수, 마크 저커버그(32) 페이스북 창업자 등이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러시아 출신의 억만장자로 ‘브레이크스루(Breakthrough·돌파구) 재단’을 만들어 과학 연구자들을 후원하는 유리 밀너(54)가 자금 지원에 나선다.

호킹 “지구 멋지지만 우주로 나가야”
저커버그, 러시아 갑부 밀너 등 참여
1g 칩에 돛 달아…카메라·내비 장착
지상서 레이저 쏴 우주선 가속시켜
작고 가벼워 기존보다 1000배 빨라
4.37광년 거리 20여 년이면 도달

호킹 교수는 이날 뉴욕시 원월드천문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구는 멋진 곳이지만 영원히 지속될 수 없다”면서 “인류는 언젠가는 별들로 눈을 돌려야 한다. 이 프로젝트는 별을 향한 여행의 멋진 첫 걸음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밀너는 “55년 전 (옛 소련 우주인) 유리 가가린이 우주로 간 최초의 인류였다면 이제 우리는 한 단계 더 나아간 ‘대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레이크스루재단은 초소형 우주선 수천~수만 개를 태양계의 이웃 별인 ‘알파 센타우리’로 날려 보낼 계획이다. 알파 센타우리는 ‘센타우루스 별자리’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별이며 지구로부터 4.37광년(40조㎞) 떨어져 있다. 인류가 ‘인터스텔라(성간)’ 여행을 현실화할 경우 가장 먼저 찾게 될 항성계다.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은 칫솔보다 가벼운 20g 미만의 초소형 우주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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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선의 한 가운데는 우주 탐사에 필요한 통신레이저·카메라·원자력배터리·컴퓨터·항법장비 등이 내장된 1g 무게의 ‘스타칩’이 있고, 이를 둘러싸고 사각형의 광자(光子) 추진 돛이 장착된다. 배가 바람을 받아 움직이듯 태양광의 힘으로 이동하는 ‘태양광 돛단배’ 아이디어는 과학서 『코스모스』로 유명한 천문학자 고(故) 칼 세이건이 언급한 바 있다.

첫 관문은 1000개가량의 초소형 우주선들을 실은 로켓을 우주 궤도로 쏘아 올리는 일이다. 궤도에 다다르면 우주선의 돛이 펴지고 지구에서 레이저를 쏴 우주선을 가속시켜준다. 가속된 초소형 우주선은 최대 속도가 광속의 5분의 1인 초속 6만㎞까지 도달한다. 밀너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 등 고도가 높고 건조한 지대가 레이저를 설치하기에 적합하다”고 말했다.

수백kg을 웃도는 기존 우주선 대신 크기가 작고 가벼운 우주선을 선택한 이유는 수만 년 걸리는 탐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서다. 4.37광년이나 떨어져 있다 보니 현존하는 가장 빠른 우주선으로 알파 센타우리까지 가려면 3만 년이 걸린다.

그러나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알파 센타우리에 도착하는 데 20여 년이 걸린다. 기존 우주선에 비해 1000배 이상 빨라지는 셈이다. 알파 센타우리에 도착해 탐사 결과를 지구에 보내는 데도 4년 이상 걸린다.

이번 프로젝트는 수십 년이 소요될 장기 프로젝트로 비용 역시 만만치 않다. 스타샷 프로그램의 전체 예산은 50억 달러~100억 달러(5조7000억~11조4000억원)로 전망된다. 밀너는 초기 비용 명목으로 1억 달러(1140억원)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호킹 교수는 “인간이 특별한 이유는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고 하기 때문이다”면서 프로젝트 멤버들을 격려했다. 밀너는 “초기에는 비용이 많이 들지만 기술이 성숙하면 한 번 발사할 때 드는 비용은 수십만 달러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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