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 非理 릴레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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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교직 인사를 둘러싼 교육위원의 금품수수 소문이 사실로 확인된 데 이어 충남도 내 일부 교육위원의 가족이 일선 학교를 상대로 학습 기자재 등을 강매한 혐의가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충남도 내 일선 학교 교장들에 따르면 교원 인사와 관련, 뇌물 수수 혐의로 구속된 충남도 교육위원 이병학(李炳學.47)씨가 1998년 교육위원에 당선된 뒤 그의 형(48)이 학습 기자재와 급식 재료 등을 강매해 왔다는 것이다.

천안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李위원의 형이 지난해 7월 '원자력 이야기'라는 교재를 팔기 위해 교장들을 찾아다녔다"며 "질이 떨어지고 가격도 비쌌지만 교육위원 친형의 청이라 무시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9일 李위원의 형이 운영하는 회사 사무실 등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을 벌였다.

학습 기자재와 급식 재료를 일선 학교에 납품하던 A전교육위원의 아들도 지난해 교장들을 상대로 물건을 강매하다 말썽을 빚었다. 그는 학교장들을 직접 찾아가 "○○교육위원의 전화를 받지 않았느냐"며 자신을 소개한 뒤 납품 계약서를 들이밀곤 했다는 것이다.

지난달 초에는 급식 재료 등을 학교에 납품하던 B모 교육위원의 아들이 부정식품을 공급하다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그는 수입 냉동 생선류를 국내산으로 속여 천안시내 각급 학교에 납품하다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B위원의 아들은 천안시내 초등학교 52곳 가운데 31곳과 중학교 5곳 등에 납품을 했었다. 읍.면 지역 소규모 학교 (17개교)를 제외할 경우 천안시내 학교 급식 납품을 사실상 독점한 것이다.

모 교육위원의 가족이 공급하는 급식 재료를 사용하고 있는 한 초등학교 조리사(여)는 "질이 떨어지는 재료가 계속 들어와 얼마 전 고심 끝에 반품했다가 교육위원에게서 '네가 무슨 권한으로 그러느냐'는 협박성 전화를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李위원 집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강복환(姜福煥) 충남도 교육감이 써 준 각서와 함께 교사 임용과 전보 희망자들의 이력서를 여러 장 확보했다"고 9일 밝혔다.

이와 관련, 검찰은 이력서를 李위원에게 전달한 천안교육청 모 장학사를 소환, 조사했다. 한편 姜교육감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등의 목소리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교육위원=학교 운영위원들이 직접 뽑으며 임기는 4년이다. 충남의 경우 3개 권역에서 3명씩 모두 9명을 선출한다. 대부분 교사나 교감.교장 출신이지만, 학원 운영자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

이들은 도교육청의 예산 심의와 공유 재산 취득.처분에 대한 의결권, 행정사무에 대한 감사를 맡는다. 인사권은 없지만 교육감에 맞먹는 권한을 갖고 있는 셈이다.

천안=조한필 기자, 대전=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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