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수절〃도서정가제 흔들흔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77년부터 8년동안 유지되어오던 도서정가제가 흔들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전국서적상연합회 (대표 이병인)에대해 서적상연합회는 조합원에 대한 정가유지 강요를 중지하라는등 시정명령을 내렸고 이러한 조치가 밝혀지자 광화문·구로지역일부서점에서 할인판매를 시작하고 있다. 도서정가제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출판사들의 위임을 받고 서적상연합회가 서점들의 위임을 받아 도서의 정가를 유지하자는 계약을 맺어 지켜지고있다.
정가제는 원칙적으로 출판사와 서점간의 계약이기때문에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출판사에서 적발하고 거래중지·위약금청구등을 하게되어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출판사들이 감시·적발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서적상연합회측에서 자체적발을 하고 제재도 가해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서적상연합회의 행위가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판정한 것이다.
이번조치에 대해 출협이나 서점상연합회는 정가판매제가 무너질것이라는 정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고 있다. 출판사나 서점 다같이 정가제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있고 이것이 깨어질 경우 도서유통시장에 큰 혼란이 올것이 자명하다고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출협은 25일 회장단회의를 갖고 회원출판사에 정가제를 지키도록 노력하자는 요지의 공문을 보냈다. 범지사대표 윤형두씨는 『설혹 다른 출판사에서 정가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생겨도 자신은 정가를지킬것』이라고 강조했는데 이는 대부분의 출판사와 같은 입장이다.
서점상연합회가 정가제를 지키는 과정에서 강제·벌금등 집단적인 힘을 드러내 부작용이 생기기는 했지만 이번 공정거래위의 조치는 자칫 잘못하면 「소뿔고치려다 소잡는」경우가 우려되고 있다.
서적상연합회의 감시가 없을 경우 사실상 서점의 할인행위는 적발될수 없으며 따라서 덤핑출판사의 출판물이 서점에 횡행하게될 가능성이 크다. 책값을 깎아준다는 것이 구매심리를 자극하게 되고 서점상들이 이러한 책을 집증적으로 취급하게될 우려가 크다. 자연히 많은 출판사들이 이에동조하지 않을수 없게될 때 정가제는 무너지게된다.
정가제가 무너져 할인판매가 되어도 독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없다. 할인하는만큼 정가가 올라갈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앞으로 정가제가 지켜지느냐 무너지느냐는 출판사와 서점의 양식에 맡길 문제가 됐다. 출협쪽에서도 감시기능을 강화하는등의 조치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감시기능의 약화에도 불구하고 정가를 지키려는 출판사·서점의 노력이 없으면 무너질수 밖에 없다.
덤핑출판물의 횡행으로 출판문화전체가 퇴행하는 일은 없어야겠다는 것이 출판계의 염원이다. <임재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