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점의 신뢰도가 성패좌우|대입논술고사 요강 무엇이 문제인가|사고·표현·응용·종합력등항목별 복수채점도 한방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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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대학입시사상 처음 실시되는86학년도 대입논술고사는 대부분의 대학이 배점을 전형총점의3∼5%로 낮게 잡은 것이 특징이다.
이는▲채점결과에 대한 수험생들의 완벽한 승복을 보장할수 없고▲타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무거우면 지원기피현상이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때문인 것으로 지적된다.
문교부는 지난해 말썽많은 대입제도릍 보완, 대학별로 논술고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전형총점의 10%범위안에서 반영할수 있게 하면서 대부분의 대학이 상한선을 반영하고 이의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고교교육을 걱정하고 입시에서의 대학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기는 일반에서도 그같은기대를 해온것이 사실이다.
4지선다형 일변도의 학력고사와 고교내신평가로 인한 병페를 완화하고 대학이 학생선발에 일부나마 자율권을 갖게될뿐아니라 선지원-후시험 효과로지원혼란도 크게해소 될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문교부가 23일 발표한 전국1백개대학의 86학년도대학입학논술고사실시계획은 이같은 기대에 크게 못미치고 있다.
1개대학을 제외한 99개대학이 이를 실시키로 했으나 82개대학이 5%이하를 반영한다.
반영비율 조정과정에서 각대학은 서로 비슷한 수준의 대학끼리 눈치를 보면서 낮추기 경쟁까지 벌였다.
대부분 10%반영을 계획하던대학들이 5%이하, 거기에 기본점수까지 설정해 실제반영률을 2%선까지 낮추기 시작한것은 지난 8일 이후.
이날충남대에서 열린 전국대학 교무처·과장회의에서 서울대가 20점배점(3.9%)계획을 발표하면서부터였다.
일부대학에서는 10%에서 5%로, 다시 2%로 낮추는 현상을 보여 기회있을 때마다 입학생선발에 대한 자율권을 요구할때와는 판이한 모습을 나타냈다.
물론 대학으로서는 첫해인데다 자율권을 요구할때 뜻한 과목별 본고사와는 다르기 때문에 신중하게 출발,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일수도 있다.
객관식고사에만 길들여진 수험생들이 주관식의 논술고사 채점결과에 항의해 오지않으리라는 보장도 없기때문이다.
절반이상의 대학이 문제를 자료제시형으로 출제키로한 것은 그같은우려에서 나온것같다.
제목만 제시하는 단독과제형보다는 문제의 내용을 미리 제시하는 자료제시형은 답안이 비교적 구체적이고 채점이 객관적일수 있기 때문이다.
채점위원을 3명이상으로한것도 채점의 신뢰도를 높이자는 이유에서다. 채점결과에 대한 신뢰도는 이 제도의 생명이라고도 할수 있다. 어차피 논술고사는 주관적인 출제나 채점을 전제로한 시험형태다. 객관식출제나 채점은 성격상 있을수 없다.
바로 그런 점때문에 현행제도의 객관식 일변도에 의한 병폐를 치유할 수있다.
따라서 논술고사의 신뢰도는객관식채점이 아니라 공정한 채점에서 찾아야 한다.
채점에서의공정성 보장이 결과에 대한 응시자들의 신뢰도를 높이고 수험생의 승복을 얻어낼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출제단계에서부터 채점이 끝나는 고사의 전과정에 걸쳐 대학은 일관된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
문제는 고등정신기능, 즉 창의력·분석력·종합력·판단력·조직및 구성력·표현력등을 측정할수 있도록 타당하게 구성돼야하고 채점은 평가요소별로일정한 척도에 의해 응시자 전체가 공정하게 평가되도록 관리해야한다.
그런 점에서 사고력·표현력·응용력·종합력등 구체적인 평가항목별로 채점위원원의 복수배치, 채첨키로 한 이대의 계획은 주목된다.
대부분의 대학이 출제나 채점의 이같은 어려움에도 불구, 출제단위를 인문-자젼의 대계열로 나누고 1개문항만을 제시, 단답형을 피하고 고등정신기능을 측정하기로 한것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소계열 또는학과별 출제나 여러개의 문항을 동시에 부과하는 방법은 고등정신가능보다는 교과별 지식평가에 흐르기 쉽고 여러개중 하나를 택하도록 하는 출제형태는 수험생에게 공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행에 따른 부작용 극소화에 지나치게 관심을 쏟아온 각대학은 지금부터 대학의 명예를 걸고 타당도 높은 문제와 주관적이면서도 가장 공정한 채점방안을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문제의 타당성과 채점의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을 때는 비록 그 반영률이 낮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탈락한 생각험생들이 대입전형결과에 승복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권순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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