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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가 가봤습니다] 커피의 생명 향기, 영하 190도서 살려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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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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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롯데네슬레 공장의 ‘테이스터스 초이스’ 생산 라인에서 수출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롯데네슬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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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아가는 커피향까지 잡았습니다.” 지난 5일 오전 충북 청주산업단지 내 롯데네슬레 공장에서 만난 홍창기 커피생산부서장의 얘기다. “커피 향을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그의 안내에 따라 공장 내 대형 커피 추출기 옆 작은 유리관 앞에 섰다. 추출기와 연결된 파이프 안에선 눈처럼 하얀 알갱이가 끊임없이 쏟아졌다.

청주 롯데네슬레 커피 생산 현장
전세계 28개 공장 중 최고 기술력
12개국 원두 가공해 30개국 수출
지난해 수출 규모 총생산의 40%

그는 “날아가는 커피 향이 얼어서 떨어지는 것”이라며 “커피 향엔 1000여 가지의 성분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커피 향은 휘발성이 강해 로스팅이나 추출 시 열에 의한 손실이 크다”며 “원두 커피의 향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커피 향을 포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네슬레가 보유한 ‘커피 향 보존 공정’이다. 영하 190도의 액화 질소로 커피 추출 과정에서 열에 의해 공기 중으로 날아가는 커피 향을 순간적으로 얼리는 기술이다. 눈처럼 변해 회수된 커피 향은 동결 건조 전 커피 농축액에 재주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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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공장은 전세계 28개 네슬레 공장 가운데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콜롬비아 등 12개국에서 수입된 원두를 재가공해 연 1만 톤의 커피를 미국과 일본, 중동, 호주 등 3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2002년 ‘테이스터스 초이스(Taster’s choice)’ 브랜드의 모국인 미국으로 커피 역수출을 시작한 이래 수출 물량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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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엔 1077억원 어치의 커피를 수출해 ‘1억 달러 수출탑’을 수상했으며, 지난해엔 1136억원 의 커피를 해외에 팔았다. 지난해 커피 수출 규모는 총 생산량의 40%에 육박하고 있다.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한 신제품 개발도 이어진다. 지난해 말부터 청주 공장에선 네슬레 본사와 코스트코가 공동 개발한 프리미엄 스틱 원두커피 ‘네스카페 리저브’ 생산에 들어갔다. 이 커피는 지난달부터 미국과 영국, 호주, 스페인 등 9개국에 있는 코스트코 매장에서 시범 판매를 시작했다.

롯데네슬레측은 네스카페 리저브 출시를 계기로 국내 시장의 커피 점유율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롯데네슬레의 국내 커피 시장 점유율은 8%대를 기록하고 있다. 외국 자본이라는 인식 때문에 네슬레는 IMF 이후 시장 점유율이 5%대까지 떨어지면서 고전했다. 그러다 2014년 6월 롯데푸드와 50대 50으로 합작해 설립한 ‘롯데네슬레코리아’가 출범하면서 롯데그룹의 유통망을 통해 점유율을 조금씩 끌어올리고 있다. 최창순 롯데네슬레 생산지원개발부장은 “2020년까지 국내 커피 시장점유율을 20%까지 올릴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네슬레는 스위스에서 1867년 유아식과 유제품, 초콜릿 등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로 시작해 1938년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커피인 ‘네스카페’를 내놓았다. 이 제품이 제2차 세계 대전에서 군인들에게 인기를 끌면서 글로벌 회사로 커졌다. 국내에선 한국전쟁때 미군 부대 PX를 통해 테이스터스 초이스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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