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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상한제, 아동수당 10만원…지키지 못할 공약 냈다가 ‘펑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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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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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프리랜서 김성태]

2013년 10월 국토교통부 국정감사에서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두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의원들이 충돌했다. 전·월세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상한제 도입을 당론으로 내건 민주당은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 갱신청구권 수용을 촉구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은 “극약 처방”이라고 반박했고, 정부도 “임대주택의 공급을 위축시켜 가격 급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반대했다.

19대 총선 정당공약 50개 분석
공통공약 14건도 이행된 건 절반뿐
“야당이 발목” “여당이 반대” 남탓만

그런데도 새누리당은 2012년 19대 총선 때 ‘전·월세 가격 급등 지역에 제한적·한시적으로 전·월세 상한제 도입을 추진한다’고 공약했다. 전·월세 상한제 논의는 2014년 12월 여야가 만든 서민주거복지특별위원회에서 재개됐지만 기존 임대인과의 계약 갱신을 전제로 하는 전·월세 전환율 조정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중앙일보가 공약안에 목표 수치나 시점 등이 담긴 19대 총선 정당 공약 50개를 분석한 결과 새누리당의 경우 14개(28%)를 완료했고, 정상 추진 중인 공약이 9개(18%), 일부만 추진된 공약이 9개(18%)였다. 보류·폐기된 공약이 18개(36%)였다. 민주통합당은 완료 10건(20%), 정상 추진 3건(6%), 일부 추진 13건(26%), 보류·폐기 24건(48%)으로 나타났다. 50개 공약 중에는 두 정당이 공통으로 공약한 것도 14개나 됐지만 그중 절반을 이행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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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은 야당 탓=새누리당은 2012년 19대 국회 개원 직후 공약 실천을 위해 ‘100%국민행복실천본부’를 운영했다. 그해 9월 “총선 공약사업 102개 중 93개에 예산을 추가 반영하고, 52건의 법안 중 51건의 법안을 발의했다”고 발표했다. ▶만 0~5세에 양육수당 보육비 지원 ▶필수의료행위와 중증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확대 ▶대학 학자금대출 금리와 카드 가맹점 수수료, 이동통신 요금 인하 등은 성과를 냈지만 19대 국회가 끝나 가는 현재 마무리되지 못한 공약이 수두룩하다.

지역가입자에 대한 공평한 보험료 부담을 골자로 하는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 공약은 무위로 끝났다. 새누리당은 20대 총선 공약에 다시 “지역가입자의 자동차나 재산에 대한 보험료 부담을 단계적으로 줄이겠다”는 내용을 집어넣었다. 윤석명 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여야가 모르핀 같은 효과를 주는 정책은 각자 추진하면서 건보료처럼 우리 사회에서 꼭 필요한 공약은 갈등 소지가 보이면 책임지기를 미루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고용·노동 관련 분야에서 특히 공약 이행률이 낮았다. ‘근로시간 특례업종 축소’ 공약의 경우 지난해 9월 노사정이 근로시간 제한 규제를 받지 않는 특례업종을 26개에서 10개로 축소해 이행되는 듯했지만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생애 첫 중소기업 취업자에 대한 공공임대주택 우선 분양 등도 추진하지 못했다.

19대 총선 당시 정책위의장을 지낸 이주영 의원은 “정부와 협의해 재원 대책을 제시해 실천율을 높였고, 관련 법안도 대부분 국회에 제출했지만 노동개혁 법안 등은 야당의 발목 잡기 때문에 통과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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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새누리 탓=민주당은 부모의 양육 부담을 완화하겠다면서 만 0~5세 영·유아 가정에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동 1인당 연간 120만원씩 최소 2조원의 예산이 필요했던 이 공약은 학계에서도 반대해 폐기된 상태다. 최저임금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로 인상하겠다는 공약도 현실화하지 못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임금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323만원이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연구실장은 “선진국의 경우 최저임금을 올렸을 때 영향을 받는 근로자 비율이 5% 미만이지만 한국은 18% 정도”라며 “최저임금을 올렸을 때 상당수는 아예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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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보험 진료비에 대해 전면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의료비 본인 부담 상한제 기준을 20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내리겠다는 공약도 실천하지 못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령화 추세로 이대로라도 몇 년 내 건강보험 재정이 고갈될 위기인데 건강보험료 인상 등 추가 재원 마련에 대한 고민 없이 내놓은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19대 총선 당시 정책위의장을 지낸 이용섭 더민주 총선정책공약단장은 “야당은 공약을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최대한 재원 조달 방안을 내고 법안까지 제출했지만 다수당인 새누리당의 반대로 못한 게 많다”고 주장했다.

박유미·이에스더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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