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후보 표 어디로’ 계산 복잡한 트럼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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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7.’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 후보, 특히 당 지도부와 언론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에게 이 숫자는 꿈이자 넘어야 할 벽이다. 오는 7월 18~21일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가하는 대의원 2472명의 과반이 바로 1237명이기 때문이다.

대의원 과반 1237명 사실상 힘들어
경쟁 전당대회서 부족분 채워야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 언론의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가 마지막 경선일인 6월 7일까지 과반을 확보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다. 대략 100명가량이 부족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과반 후보가 없을 경우 치러지는 전당대회의 1차 투표인 ‘경쟁 전당대회(contested convention)’에서 트럼프는 다시 ‘1237’에 도전하게 된다. 이 때 결정적 변수는 경선 과정에서 중도 포기한 후보들이 확보했던 대의원이다. 전당대회에 남은 세 후보에게 할당된 대의원은 각 주에서의 결과에 맞게 투표해야 하는 ‘의무 조항’이 부과되지만 중도 낙마 후보에게 할당됐던 대의원 상당수는 ‘자유의 몸’이 되기 때문이다. 즉 ‘1237’에서 100명 정도 모자랄 것으로 보이는 트럼프가 이들 대다수를 가져가면 당 지도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중재(brockered) 전당대회’로 가기 전에 승부를 끝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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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에 따르면 ‘탈락 후보’에 할당된 대의원은 마코 루비오 169명, 벤 카슨 8명, 젭 부시 4명, 랜드 폴·마이크 허커비·칼리 피오리나 각 1명 등 총 184명. ‘1237’의 15%를 차지한다. 폭스뉴스는 “트럼프가 이들을 빼내갈 것을 저지하기 위해 루비오가 최근 자신이 대의원을 확보한 21개 주에 ‘내게 할당됐던 대의원들이 최소한 1차 투표(경쟁 전당대회)까지 나에게 투표하길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를 발송했다”며 “경선을 그만둔 후보가 ‘내부 표 단속’을 하는 매우 이례적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문제는 ‘탈락 후보’에 할당된 대의원의 선택이 각 주마다 제각각이란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오와·버지니아·노스캐롤라이나의 3개 주(39명·21%)는 ‘후보가 그만뒀어도 (경쟁 전당대회까지) 그 후보에게 투표할 것’이라 규정하고 있는 반면 텍사스·켄터키 등 6개주(42명·23%)는 ‘탈락한 후보가 대의원을 자유롭게 놔줘도 되고 자신에게 투표하도록 제약할 수도 있다’고 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미네소타·뉴햄프셔 등 11개주의 대의원 98명(53%)은 이미 ‘자유의 몸’이 돼 있어 주목된다”고 보도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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