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이색 고교 탐방] “로봇 좋아하는 친구들만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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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초의 로봇 마이스터고 서울로봇고

고등학생이지만 조금은 다른 학교생활을 하는 청소년들이 있습니다. 입시 공부보다 전문지식과 기술을 익히며 자신의 미래를 준비하는 이들, 바로 특성화·마이스터고 학생입니다. 하지만 학교 밖에선 이 학생들이 어떻게 배우고 노력하는지 잘 알 수 없죠. 그래서 TONG이 직접 찾아갔습니다. 첫 번째 학교는 서울로봇고입니다.

한 눈에 보는 학교 정보

이름

서울로봇고

교육 목표

인성과 실력을 갖춘 글로벌 로봇 명장(meister) 양성

설립 연도

1994년 강남공고 설립, 2004년 서울로봇고로 명칭 변경

학교 현황

첨단로봇과(단일 전공), 학년 당 160명 정원

신입생 선발 전형
(2016학년도 일반전형 기준)

1차ㅣ교과성적(35%), 출석(5%), 봉사활동(5%)
2차ㅣ인·적성검사(35%), 면접(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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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통합 수업 교실. 산업로봇들로 이뤄진 생산라인의 축소 시설을 가지고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로봇고는 마이스터고 지정 학교 중 로봇 기술을 교육하는 유일한 곳이다. 국어와 영어·수학 등 일반 과목도 배우지만 로봇 전공과목의 비중이 더 높다. 로봇 조작은 물론 기계 설계와 프로그래밍까지 로봇 산업의 전반적인 지식과 기술을 갖추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일반 교과와 전공 기본 교육을 병행하는 1학년을 마치면 2학년부터 본격적으로 로봇 기술 능력을 갖추고 취업준비를 시작한다. 원할 경우 졸업 후 군에 입대해 전문하사로 복무하는 군특성화고 과정을 선택할 수도 있다.

학교 안은 로봇 부품과 컴퓨터가 많아 교실이라기보다 실험실이나 공장의 한 부분을 떼어 놓은 분위기다. 한 학급은 20명 내외이지만 과목에 따라 절반으로 나눠 10명씩 수업에 들어간다. 실습이 많은 수업 특성 때문이다. 도제식 전수와 흡사한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많은 교실에서 학생과 교사가 컴퓨터 앞에서 익숙하게 질문을 주고받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로봇고 학생들은 대부분 별도의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취득하고자 하는 자격증이 있는 경우 방과 후 수업을 활용해 준비하고, 학교에 수업이 마련되지 않은 일부 자격증만 학교 밖에서 준비한다. 동아리 활동도 로봇고의 중요한 특징이다. 금요일이 되면 학생들은 12개 동아리에서 대회를 준비하기도 하고, 현업 전문가와 만나 특강을 듣기도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교내외 대회와 행사에 참여한다. 이런 활동은 취업에 필요한 포트폴리오로 이어진다.


재학생을 만나다 - 윤용훈 학생(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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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로봇을 계속 만질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좋아요.”


3학년 윤용훈 학생은 같은 학년 학생보다 한 살 많다. 일반 인문계 고교에 다니다가 로봇고 재입학을 선택했다. 마이스터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가 로봇고를 알고 나서 마음을 굳혔다.

“어려서부터 로봇을 좋아했는데, 친구 중에 로봇고에 먼저 간 친구가 있어서 학교를 알게 됐어요. 그러고 나서 알아보니까 너무 괜찮더라고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서 결심을 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어요.”

처음에는 그의 부모님도 걱정이 없진 않았다. ‘그래도 대학을 가라’는 아버지에게 ‘선(先)취업 후(後)진학’이라는 마이스터고의 제도를 내세워 설득했다. 이제는 ‘좋아하는 걸 하면서 취업까지 일찍 했다’면서 친척 어른들까지 칭찬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국수력원자력 취업이 확정되었다.

“공부를 못해서 마이스터고를 선택하는 시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일반 학교에서 대학 진학 시 성적에 맞춰 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마이스터고 혜택을 잘 이용할 수 있다면 좋아하는 일을 먼저 시작하고, 그걸 바탕으로 원하는 공부를 대학에서 할 수 있는 거죠. 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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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크레로봇(CreRobot) 학생들. 로봇 제작과 프로그래밍에 의한 조작을 공부하는 동아리다.


윤용훈 학생은 이전 학교와 지금의 로봇고의 차이를 ‘공감대’라고 설명했다. 남과 다른 길을 함께 간다는 점에서 마음이 많이 통한다는 얘기다. 학교의 실습 수업과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도 서로 독려하는 분위기의 영향이 크다고 했다.

“여기는 아무래도 다른 곳보다 목표의식이 강해요. 목표가 뚜렷하고, 그 목표가 아주 가깝게 있다고 느껴지거든요. 그러다 보니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어 있어요. 학급 인원이 적어서 다들 친하기도 하고요.”

로봇고라는 이름 때문에 특이하게 보는 이들이 많다는 말에 그는 “학원을 많이 안 다니는 걸 빼면 생활은 거의 비슷할 것 같다”고 했다. 로봇고 진학을 고민하는 중학생에게는 “무엇을 좋아하는지 고민해보자”고 제안했다.

“1년 늦게 들어왔지만 그 시간을 절대 후회하지 않아요. 재수했다고 생각해도 되는 거니까요. 여기서 제가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학교를 다닐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좋아요. 여학생이 너무 적다는 점만 빼면요. 하하.”

선생님을 만나다 - 이준병 선생님(글로벌진로홍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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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도제식 교육… 교사들 노력도 많이 필요하죠.”


로봇고에서 PLC(Programmable Logic Control) 교육을 담당하는 이준병 교사는 학교의 눈에 띄는 요소로 ‘생활 태도’를 꼽았다. 교복 착용이나 깍듯한 인사가 자연스러운 문화로 자리 잡혀 있어 2년 전 처음 학교에 왔을 땐 무척 놀랐다고 돌아봤다.

“기본적으로 저희 학교는 목표가 취업이잖아요. 기업이 고졸 채용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학생의 태도거든요. 그래서 학교에선 인성과 태도 교육을 많이 강조하고 있고, 학생 사이에서도 그런 문화가 있는 거죠.”

그는 로봇고의 교육 과정을 ‘로봇 산업의 어떤 분야로 가더라도 적용할 수 있는 바탕’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1학년 과정은 로봇의 기초를 배우고, 그 자체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로봇 분야에 폭넓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로봇고의 커리큘럼을 만들 때 교육계 사람들 외에 대학 교수님들과 로봇 산업계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했습니다. 학생들이 로봇과 관련된 어떤 분야로 가더라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도록 하는 게 목표였어요. 취업이 가능하도록, 또 나중엔 더 배워나갈 수 있는 소양을 마련해 주는 것이 저희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취업뿐 아니라 10년쯤 뒤에는 이곳 출신의 로봇공학자가 탄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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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로 기초이론 수업(위)과 모터 제어 수업 교실.


실습 위주의 수업이 이뤄지니 교사들도 수업 내내 바쁘다. 전공과목은 반을 나눠서 인원이 적으니까 사실상 도제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다. 학교는 교육 외에도 취업처 연결과 진로상담, 수업 외 필요한 교육 과정 지원 등으로 학생들의 취업을 돕는다. 학교 안에서 해결할 수 없는 기술교육은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 한국기술교육대 등과 연결해 위탁교육으로 지원한다.

“학교에서 취업처에 추천을 하는 기준이 있기는 하지만 성적이 전부는 아니에요. 학생들이 원하고 잘 맞는 곳에 연결을 하는 것이 중요하고, 생활태도나 평소 수행점수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해서 취업 추천을 하고 있습니다. 해외 취업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죠.”

이 교사는 로봇고에 관심이 있는 학생에게 ‘로봇을 정말 좋아하는지’를 생각하라고 조언했다. 실제로 입학 면접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 인성을 볼 수 있는 태도, 그리고 로봇에 대한 관심이라고 한다.

“취업이 잘 되는 마이스터고로 관심이 있어서 오는 경우도 있지만, 로봇에 진짜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더 어울릴 것 같아요. 로봇을 좋아하고 그것과 관련된 꿈이 있다면 좋은 발판으로 삼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글=박성조 기자 park.sungjo@joongang.co.kr
사진=우상조 기자 woo.sangj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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