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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같은 AI와 같이 살아가려면 뭘 해야 하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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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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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본지 강연회 지식충전소에 연사로 나서 AI와의 공존법을 함께 고민한 감동근 아주대 교수, 정아람 기자, 조원규 스켈터랩스 대표, 이두희 ‘멋쟁이사자처럼’ 대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인공지능(AI)이 수많은 일자리를 대체할 거라고 하는데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어요.”

중앙일보 강연회 ‘지식충전소’ 성황
강연자 4명과 70여 관객 열띤 토론

“기자 지망생인데, 로봇이 기사를 대신 쓰는 시대가 올거란 불안 때문에 아예 영국으로 AI를 배우러 갈까도 싶어요.”

지난 29일 AI를 주제로 한 중앙일보의 첫 강연회 ‘지식충전소’ 현장에서 나온 질문들이다. 강연회는 서울 대학로에 있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코리아랩 서울분원에서 열렸다. 사전 신청을 통해 참석한 관객 70여 명 대부분은 학생이거나 AI와 직접 관련 없는 분야에서 일하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궁금증은 하나였다. “이세돌 9단을 누른 알파고 같은 AI와 공존하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나?” 이날 강연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미국 퀴즈쇼에서 연속 우승한 IBM의 AI ‘왓슨’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감동근 아주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AI를 지나치게 경계할 필요는 없다”고 운을 뗐다. 숙주(인간)를 해치는 메르스 같은 바이러스와 달리 컴퓨터는 인간을 돕도록 만들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감 교수는 “각기 세분화된 분야에선 인간이 AI를 이길 수 없다”면서도 “바둑과 체스 등 여러 분야를 통합하는 인간의 창의력은 AI가 흉내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창의력을 키우기 힘든 현재의 주입식 교육부터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의 바둑 담당인 정아람 기자는 “이세돌이 졌다고 해서 바둑의 고유한 가치가 훼손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기고 있든 지고 있든 평정심을 유지하고, 상대를 의식하지 않고 자신만의 수를 두는 ‘바둑의 정신(基道)’은 여전히 인간만이 배우고 지닐 수 있는 고유한 가치란 의미다.

이날 강연장엔 인문계 대학생이 많았다. 이들은 첨단 정보기술(IT)이 선도하는 시대에서 관련 지식을 어떻게 습득해야 할지 답답하다고 했다. 인문계 대학생에게 코딩을 가르치는 ‘멋쟁이사자처럼’의 이두희 대표는 “모두가 복잡한 코딩을 할 필요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혁신적인 마인드가 우선이라고 했다.

“우리에게서 코딩을 배운 학생들이 만든 프로그램은 복잡하지 않지만 혁신적이죠. 공용컴퓨터에서 취업용 자기소개서를 쓰다가 기기 이상으로 다 날려버린 경험 때문에 만든 클라우드 기반 자소서 사이트가 대표적입니다. 이 사이트는 투자도 받았어요.”

구글코리아의 첫 연구개발(R&D) 총괄사장이었던 조원규 스켈터랩스 대표는 AI 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기업, 특히 벤처는 제품·서비스를 혁신하고, 대학은 수익이 나지 않는 학문적 연구를 하고, 정부는 이 둘을 잘 보조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에선 대학과 기업, 정부가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는 일이 왕왕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본지는 사회적으로 주요한 현안들이 있을 때 수시로 ‘지식충전소’를 개최할 계획이다.

정선언 기자 jung.sune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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