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가능한 일본’ 안보법 발효…법조인 위헌 소송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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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안전보장법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29일 도쿄 국회의사당 앞에서 ‘전쟁법 폐지’라고 적혀있는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고 있다. [도쿄 AP=뉴시스]

집단적 자위권 행사와 자위대의 해외 활동 확대를 담은 일본 안전보장법제(안보법제)가 29일 0시를 기해 발효됐다. 이는 일본이 해외에서도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전환하는 데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의미다. 지금까지 일본은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서의 전쟁 포기와 교전권 부정 등을 포함한 헌법 9조에 따라 무력 공격을 받았을 때만 최소한의 방위력을 행사하는 전수(專守)방위를 원칙으로 삼아왔다.

일본 곳곳서 시민들 반대 시위

그러나 발효된 법률 중 무력공격사태법은 타국에 대한 공격이라도 자위대가 무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의 존립이 위협받고 국민 권리가 근저로부터 뒤집힐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를 ‘존립 위기 사태’로 규정한 것이다. 또 중요영향사태법에 따라 ‘방치할 경우 일본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태’일 때 자위대는 전 세계에서 외국 군대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법안은 발효됐지만 논란은 진행 중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북한의 도발 가능성과 중국의 해양 진출 등을 이유로 안보관련법 필요성을 거듭 역설했음에도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다.

법안 발표를 앞둔 29일엔 전국 30여 곳에서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다수의 헌법학자들이 법안의 위헌성을 지적하는 가운데 변호사 등 법조인 1000여 명은 위헌 소송을 준비 중이다. NHK에 따르면 변호사와 전직 재판관으로 구성된 ‘안보법제위헌소송 모임’은 다음달 말께 안보법제에 대한 집단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또 민진당 등 야권은 일본이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며 7월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서 안보법제를 쟁점으로 삼을 태세다.

교도통신이 지난 26~27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안보법을 ‘평가하지 않는다(가치 있다고 보지 않는다는 뜻)’는 응답이 49.9%였다. ‘평가한다’는 39.0%였다. 이런 여론을 감안한 아베 정권은 법안 발효로 가능해진 조치 대부분을 7월 참의원 선거 이후로 미룰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에서 선거를 의식한 것이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이날 NHK를 통해 생중계된 기자회견에서 “(자위대가) 시간을 들여 주도면밀하게 준비해야 한다”며 “참의원 선거를 겨냥해 연기했다는 것은 잘못 짚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야당의 안보법제 폐지 요구를 받고는 “안보법제 제정과 일·미(日美) 방위협력지침 개정으로 (미국이) 일본을 지키기 위해 도울 수 있는 동맹의 유대가 강화됐다”며 “이를 폐지하면 일·미 동맹의 유대가 크게 훼손된다”고 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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