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장에 포장마차만도 50m 늘어서|막바지 열기…유세장 진풍경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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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8일 하오 서울서교국교에서 열린 마포-용산지구 마지막 유세장에는 3만여 명의 유권자들이 모여 막바지 유세열기를 과시.
이날 각 후보는 여야를 막론하고 한결같이 김대중씨의 귀국에 대해 언급, 나름대로의 입장을 천명.
노승환 후보(신민)는『김대중씨가 귀국하는 날 김포공항에는 무수히 많은 사람이 운집했다』고 간단히 설명.
○…고명관 후보(국민)는 이 지역 토박이는 자신과 노 후보 둘뿐이라며 자신을 1등에, 노 후보를 2등에 함께 당선시켜달라고 호소.
○…선관위 측은 이날 후보들의 연설전과 도중 두 차례에 걸쳐 마이크를 통해 『특정 후보에 대한 야유나 만세를 부르는 행위는 금지되어있다』고 방송, 막바지 유세열기에 달아있는 청중들에게 자제을 촉구. 연단에 나선 김재영 후보(민한)에게 한 당원이 꽃다발을 주자 선관위직원이 단상에 올라가 이를 제지하려다 김 후보측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으나 김 후보가 끝내 꽃다발을 단상에 놓고 연설.
노승환 후보는 연설시간이 지나자 선관위 측에서 마이크를 꺼버려 한때 청중들 사이에서 『우!』 하는 함성이 터져 나와 잠시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야당후보들은 민정당 봉두완 후보가 동원했다는 통반장 청중들에 대해 동정과 회유의 발언을 해 청중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다.
봉 후보 다음차례로 등단한 박대성 후보(민권)는 연단 앞자리를 차지한 봉 후보지지자들 이 자리를 뜨려하자 『양심이 있다면 나가지 말라』고 호소했고 김재영 후보는『통반장 여러분, 민정당의 성화에 못 이겨 오시게돼 고생이 많다』 고 동정, 청중들로부터 폭소가 터지기도. 또 노승환 후보는 『통반장들 여러분은 밥줄 때문에 오기 싫은 것도 왔지만 나중에 투표 날에는 소신껏 투표하라』 고 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각 후보들은 동원 가능한 지지자들을 최대한 동원한 듯.
특히 봉두완 후보는 한진관광· 경남관광 등 9개 관광회사버스 수십대를 동원, 지역구민을 실어 나르기도.
○…8일 서울 서대문-은평지역 마지막 합동연설회가 열린 서울신도국민학교에서 이용만 후보(신사)는 연설도중 윤길중 후보 (민정)가 지역구에 뿌렸다는 금품을 타락선거의 증거물로 제시하려다 민정당 청년당원들이 이를 실력으로 제지하려는 바람에 한때 긴장된 분위기.
이 후보는 연설 대에 오르자마자 『정부·여당이 공영선거를 부르짖지만 여당후보가 금품을 살포하고있다』 면서 증거물을 비서로부터 건네 받으려는 순간 갑자기 민정당 박수부대 속에 있던 건장한 청년3명이 단삼으로 뛰어올라 「증거물」이 든 보자기를 빼앗으려다 경찰의 제지로 실패.
이 후보가 결국 3kg짜리 설탕· 쟁반· 컵 등을 건네 받아 유권자들에게 『민정당 후보가 돌린 것』 이라고 하자 청중들로부터 요란한 박수소리가 터져 나왔다.
○…서울지역의 합동유세가 두 곳밖에 없기 때문에 서대문·은평 지역의 신도국교 유세장엔 대학생 청중이 원정, 시위를 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인지 통일로에서 학교에 이르는 길목에는 곳곳에 이어폰을 꽂거나 무전기를 든 정·사복 경찰들이 배치돼 대학생처럼 보이는 사람들을 검문. 또 연단 주변에도 40여 명의 사복경찰이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고있어 시종 무거운 공기가 감돌았다.
연설이 끝나면 꼭 노래를 부르고 연단을 내려가던 김명주 후보 (근농)는 이날도 예의 『나의 조국』 을 3절까지 불렀다.
윤길중 후보가 등단하는 순간 『김재광』 을 외치는 소리가 나자 사복경찰인 듯한 사람이 달려가 주의를 주기도.
마지막으로 등단한 김재광 후보 (신민) 의 연설이 끝나자 5백여 명의 학생들이 『김재광』 를 외치며 유세장 밖으로 몰려가는 바람에 정·사복 경찰은 부산하게 움직였고 이에 동조한 일부 청중도 그쪽으로 달려가 좁은 도로가 한때 몹시 붐볐다.
○…8일 하오2시30분 용인송전국교에서 열린 여주-이천-용인시구 합동연설회에서 민한당 조종익 후보는 의료보험제도의 모순을 꼬집어 『맥주 마시고 갈비 뜯고 자가용 가진 사람만 카드를 갖고있다』고 공박한 뒤 청중을 향해 『카드 가진 분 손들어 보세요』하고 청중반응을 유도.
손드는 청중이 한 명도 없자 『한 명도 없네. 아, 여기 정동성 의원 (민정후보) 한사람 있군요』하고 비양거려 청중들의 폭소를 자아내기도.
○…8일 하오 전주고교에서 열린 마지막 합동연설회에서 첫 등단한 민한당의 김태직 후보는 『화투판에 「싹슬이」 라는 말이 언제부터 나왔느냐. 민주 싹이 돋아나면 싹 쓸어가는 군사정권은 반대해야 한다』며 『정부는 광주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고 비난.
신민당의 이철승 후보는 『국회에 나가 직선제개헌을 위해 투쟁할 것이며 큰물줄기를 호남으로 대 지역발전을 시키겠다』며 자신의 비서였던 민한의 김 후보를 지칭, 『정치인은 정치이전에 인간이 돼야한다』 고 꾸짖고 『민정당은 찍지 말고 남는 표가 있으면 김 후보를 찍어달라』 고 특유의 말솜씨를 발휘.
국민당의 홍범직 후보는 「왕사꾸라」 「겹사꾸라」 등 이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선관위의 경고를 받았으니 『고목이 쓰러지면 밑의 초가 피해가 크므로 미리 베야한다』고 계속 공격.
김태식 후보는 『현 정권은 4천만 민주시민의 화합 속에 태어난 정권이 아닌 작은 체육관에서 큰 체육관으로 자리만 옮겨 탄생한 정권』 이라고 정부를 비난한 뒤 『오늘의 정치적· 사회적 상황은 고복수 시대가 아닌 조용필 시내』라며 경륜과 관록을 강조하는 이철승 후보도 공격.
○…이리-익산지역 합동유세에서 김득수 후보 (국민) 가 『19살 때 정당에 들어가 취직 한번 안하고 정당생활하며 국회의원 출마를 몇 번했으나 한번도 배지를 붙여주지 않았다』고 하자 한 청중이 「붙여 줄께」 라고 답변, 폭소가 터졌으며 『TV가 후보 중에서 키가 거꾸로 제일 큰 사람 (조남조 후보의 단신을 지칭) 만 비추고 나는 코만 나왔다』며 TV의 편향보도를 비난하는 대목에선 『말을 잘한다』 『옳은 말이다』라고 한마디씩.
○…유세장마다에는 항상 상인들이 등장하게 마련이지만 이날 유세장에는 특히 많은 상인들이 모여 화제.
풍선·뻔데기·호도빵 등이 등장했는가 하면 정문 바깥에는 포장마차들이 50여m나 늘어서 어느 시장입구를 방불케 할 정도.
다양한 이름을 붙인 코피도 눈길을 끌었는데 「민주코피」 「2·12코피」 「유권자를 위한· 유권자에 의한· 유권자의 코피」 등 시대의 조류를 탄 이름의 코피가 새 명물로 등장.
이틈 바구니 속에 치약을 내장한 휴대용 칫솔로 특허를 얻었다는 20대 남자는 「자본주를 구합니다」 라는 호소문까지 내붙여 이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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