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 끝나가자 흥청대는 무더기 표밭|「달동네」에 해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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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달동네」에 해가 떴다. 전국주요도시의 합동연설회가 대부분 끝나는 등 유세전이 막을, 내리자 서울을 비롯한 도시지역의 달동네가 각 후보들의 마지막 득표전무대로 바뀌어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후보들은 「무더기표의 광맥」인 달동네 골목골목을 파고 들며 가두인사·주민과 대화·음식대접·기념품증정·선심약속 등 총력을 기울인 득표활동을 경쟁적으로 벌여 1년 내내 그늘진 쥐구멍 같던 달동네가 모처럼 빛을 구경하면서 주민들은 「주권시민」의 긍지에 어깨를 펴고있다.

<방문경쟁>
서울 종로-중구 민정당의 이종찬 후보는 7일 상오6시30분부터 8시까지 신당5동 재개발지역 달동네를 방문한데 이어 하오8시30분부터 10시까지 무학동 달동네를 방문.
민한당의 정대철 후보도 7일 상오 동대문시장을 돌고 나서는 하오5시부터 11시까지 6시간동안 창신·숭인·신당·만리·중림동 등 5개 달동네를 20여명의 당원과 함께 누비며 1천5백여 명과 악수를 나누었다.
신민당의 이민우 후보측은 8일 재야인사 환영행사준비에 그 동안 전인력을 동원했으나 행사가 끝나면 투표일까지 달동네주민들에게 「민주회복」의 결단을 촉구하는 집중적인 홍보작전을 계획 중.
무소속의 오제도 후보는 7일 하오 8시부터 11시까지 창신2동과 신당동을 돌며 가두인사·좌담회를 통해 『이대로 두면 나라가 망한다. 민주발전을 위해 온 국민이 같이 싸우자』 고 호소. 오씨는 『시간만 나면 운동화를 신고 달동네를 오르내린다』며 그 동안 신당동 산비탈을 50번이나 ,오르내렸다고 자랑. 「정치1번지」종로-중구의 경우 전체 12만5천가구 29만여 유권자가운데 62.4%를 차지하는 7만8천 가구가 이른바 달동네로 불리는 영세민들이어서 이들 서민표의 향방이 대세를 좌우할 예상.
달동네 경쟁방문은 종로-중구 외에 서울의 성북·구로·영등포·관악·동작·마포·용산·동대문·은평·도봉 등 달동네가 있는 도시지역선거구가 모두 마찬가지로 주민들은 평소 얼굴한번 보기 어렵던 후보들을 하루에도 몇 차례씩 만나 다정한 인사와 악수로 모처럼 나라주인의 긍지를 맛보고 있다.
7일 하루 3명의 후보와 악수를 나누였다는 권미숙양(23·여·서울 창신3동20)은 『한 표의 소중함을 실감했다. 만나보니 다 좋은 점이 있지만 사람보다 당을 선택하겠다』 고 했고 서울 사당3동121 김영수씨 (40·노점상)는 『유세가 끝난 뒤부터 후보들이 매일 몰려온다. 선거 뒤에도 이렇게 서민들에게 괌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

<물량공세>
서울 서대문구 A후보는 3kg짜리 설탕, 자신의 이름이 쓰인 컵 등을 「기념품」으로 관내 달동네 등 주민들에게 돌리고 있고 같은 지역 B후보도 질세라 20kg짜리 정부미인환권(1만4천5백10원짜리) 을 남가좌동 일대 달동네에 돌렸다.
7일 하오5시20분쯤 서울 시흥1동 한식집 정성회관에선 1백80여명의 주민이 모여 모 정당 후보와 「만남의 시간」 을 가졌다. 식사 중 도착한 김모 후보는 『이번에 한 표를 2번에 찍어달라』고 부탁한 뒤 3분만에 다른 모임이 있는 고척동으로 직행.
이날 주민들은 갈비탕 한 그릇 (1천5백원) 과 소주를 대접받았다.

<선심>
서울 동작구의 허청일 후보는 지난 1일부터 관내의 영등포∼노량진∼천호동 간을 운행하는 21번 버스 46대 중 10대를 노량진에서 사당동 총신대입구 달동네까지 운행토록 해 득표선전에 활용하고 있다.
그린벨트에다 시설보호지역으로 입체의 건축행위가 금지돼온 서울화관 내·외동 일대 46만9천명의 건물 증·개축이 3월부터 허용되고 서울시는 98억 원을 들여 소방도로를 내고 시장·학교 등 기반시설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지역은 지난 73년 이후 건축제한으로 주민들이 막대한 재산손해를 봐 그 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서울시에 제한완화를 요구해왔으나 묵살돼오다 갑자기 「12년 민원」이 풀렸는데 주민들간에는 『이곳에서 나온 여당후보가 힘써서 된 것』 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서울제1의 달동네인 신림·봉천동일대 1백만평방m가 최근 불량주택재개발지구로 확정돼 5만여 주민들이 희망에 부풀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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