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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결합한 오페라 ‘미녀와 야수’ 만나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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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통섭에 관심이 많습니다. 음악·무용·연극·문학의 에너지를 하나로 결합시키는 거죠. 거기서 새로운 길이 만들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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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필립 글래스(79·사진)의 목소리엔 힘이 있었다. 질문 하나에 10~20분씩 공들여 답변했다. 현대음악의 거장으로 통하는 그가 13년 만에 내한해 22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났다.

작곡가 필립 글래스 13년 만에 내한
영화장면 맞춰 성악가들 직접 노래
LG아트센터·통영음악당서 공연

그는 이번에 오페라 ‘미녀와 야수’(1994)를 무대에 올린다. ‘오르페(1993)’, ‘앙팡 테리블’(1996)과 함께 프랑스 예술가 장 콕토의 ‘필름 오페라’ 3부작 중 하나다. 무대에서는 장 콕토의 1946년 흑백영화 ‘미녀와 야수’가 영상만 상영된다. 마이클 리스만이 지휘하는 필립 글래스 앙상블의 실시간 오페라 연주에 맞춰 펀하겐, 친, 마스카리, 스튜어트 등 평상복을 입은 성악가들이 노래를 한다. 오페라 음악은 물론 글래스의 작곡이다. 영화와 현대음악의 결합, 디즈니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미녀와 야수’의 클래식 버전이다.

글래스는 “오페라 가수들의 노래 발음을 영화 속 배우들의 입 모양과 일치시키기 위해 시나리오를 보며 특정 단어가 나오는 시점을 분석했다”고 소개했다. 전체 영화를 30개로 나눠, 매 장면마다 2분 안팎의 음악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시카고 대학, 줄리아드 음악원을 거쳐 파리에서 나디아 불랑제에게 배웠다.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았지만 액수가 적어 외국 영화를 프랑스어로 더빙하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이 경험이 ‘미녀와 야수’로 이어졌다.

미국 볼티모어의 레코드 가게 아들로 태어난 그는 어려서부터 버르토크에서 엘비스 프레슬리까지 수많은 음악을 접했다. 안 팔리는 레코드를 계속해 듣다가 현대음악에 빠졌다. 타 장르와 통섭에 유연한 건 그래서다. 왕립음악원에서 만난 데이비드 보위와 브라이언 이노의 영향으로 교향곡 1번 ‘로우’와 4번 ‘히어로즈’를 작곡했다.

‘미녀와 야수’는 22·23일 LG아트센터에서, 25·26일에는 통영국제음악당 블랙박스에서 각각 공연된다. 27일 밤 블랙박스에서는 직접 자신의 곡을 피아노로 연주하고 플로리안 리임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와 대화도 한다.

류태형 음악칼럼니스트·객원기자 mozar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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