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수출 -19%라는데 부총리가 '회복론'을 설파하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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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3월 들어 수출 감소폭이 축소되는 등 긍정적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유일호 기획재정부 장관 겸 부총리가 연일 ‘긍정적 신호’를 언급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건 '경기 방향타'로 여겨지고 있는 3월 수출 성적표다. 연초 경기 급랭을 일으킨 주범이 ‘수출 쇼크’였던 탓이다. 수출 급락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어떤 경기 대책을 내놓더라도‘약발’이 나타나기 어려운 구조다.

그런데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들어 20일까지 수출액은 237억72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2% 줄었다. 수치로 보면 1월(-18.9%)에 못지 않은 낙폭이다. 2월에는 그보다 줄어든 -12.2%였다. 일부 언론에 회복되는 듯 하던 수출이 다시 고꾸라지고 있다는 기사가 나온 건 그때문이다.

그럼 유 부총리가 이와는 정반대로 “감소폭이 축소되고 있다”고 말한 근거는 뭘까. 이른바 조업일수를 감안한 계산에서다. 공교롭게도 이달 19,20일은 토ㆍ일요일 이었다. 조업을 하지 않아 수출 실적이 잡히지 않는 날이다. 1일 삼일절을 포함해 20일까지 조업일수에서 제외는 날은 모두 7일이었다. 반면 지난해에는 이틀이 적은 5일이다. 이런 오차는 월말이 되면 사라진다.

이때문에 정부 관계자들은 18일까지 실적을 지난해와 비교하는 게 맞다고 얘기하고 있다. 이 경우 수출 감소폭은 -5%에 그친다. 지난달보다도 낙폭이 줄면서 회복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정부내에선 이런 흐름이 이어져 3월에는 수출 감소폭이 한자릿 수로 축소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달부터는 이른바 ‘갤럭시 S7’ 출시 효과도 본격화된다. 초도 수출 물량들이 숫자에 잡히면서 한국 수출 비중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부문의 실적이 상당히 개선될 전망이다. 유가 상승 흐름 역시 수출에는 호재다. 이에 힘입어 2월에 이어 3월에도 회복세가 나타난다면 시장에는 상당히 긍정적인 신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당장 수출이 마이너스에서 벗어나 플러스로 전환되기는 어려운 여건이다. 3월까지 15개월 연속 ‘수출 마이너스’가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급변하는 국제경제 환경에서 향후 전망 역시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는 게 수출을 담당하는 실무부처 관계자들의 얘기다. 중국 경기 둔화, 국내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 구조적 요인 역시 그대로다.

익명을 원한 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경제 주체들이 지나친 불안감에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할 필요는 있다”면서도 “연일 이어지는 부총리의 낙관론은 다소 성급한 면이 있는데다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이른바 ‘경제 실패론’을 적극 방어하기 위한 측면이 강해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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