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폭력·돌려막기 공천…이런 게 새정치인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새누리당 공천이 친박·비박 간 이전투구로 ‘막장’이란 비판을 받고 있지만 야권의 공천도 볼썽사나운 건 마찬가지다. 경선 패배나 컷오프로 낙천한 후보들을 돌연 전략공천해 ‘돌려막기’ ‘주워담기’ 공천이란 비아냥을 자초하는가 하면 공천에 불만을 품은 지지자들이 난입해 당 대표가 봉변을 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4·13 공천 과정에서 폭력사태는 처음이다. 각목을 든 조폭들이 설치던 1970~80년대 전당대회를 연상시킨다. 1석이라도 늘려보겠다는 욕심에 눈이 멀어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구태가 거리낌 없이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현역 의원 20% 컷오프 룰에 따라 낙천시켰던 문희상·백군기 의원을 돌연 원래 지역구에 전략공천했다. 딸 취업 청탁 의혹으로 낙마시켰던 윤후덕 의원을 합치면 모두 3명을 구제한 것이다. “대안이 없다”고 하지만 쇄신 차원에서 낙마시킨 의원들을 되살린 이유 치곤 궁색하다. 여기에다 되살아난 의원 3명은 모두 친노계다. 핵심 중진들이 줄줄이 컷오프된 친노계를 달래기 위한 편법이 아닌지 의문이다. 또 대전 유성갑과 전북 익산갑 경선에서 탈락한 최명길·한병도 후보를 서울 송파을과 익산을에 전략공천한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이럴 거면 뭐하러 경선을 치렀는지 묻고 싶다.

국민의당은 광주 동남갑 경선에서 탈락한 서정성 후보 지지자들이 당 최고위 회의장에 들이닥쳐 폭언을 퍼붓고 말리는 당직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 와중에 안철수 대표가 밀려 넘어지는 봉변을 당했다. 급기야 김종현 당 선거관리위원장이 공천 혼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기에 이르렀다. ‘새 정치’를 표방한 원내 3위 정당에서 일어나선 안 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정치권에 대한 절망은 오랜 고질병이지만 지금은 너무한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번 총선 투표율이 역대 최하인 40%대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것도 어쩌면 당연하다. 이럴수록 투표장에 나와 저질 정치를 심판해야 한다. 정치를 바꾸는 힘은 결국 유권자의 한 표 한 표가 쌓여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