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수입 억제와 국산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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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계공업진흥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기계설비의 국산화 비중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기계설비의 국산화 문제는 단순한 외화절약의 관점에서뿐 아니라 산업구조의 고도화나 전반적인 산업효율과 균형발전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당면 과제로 되어왔다.
특히 최근 수년간의 무역적자 축소노력에 가장 큰 장애 요인이 다름아닌 설비수입의 지속적 증대였음에 비추어 이 부문의 국산화율 제고는 중요한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이 문제와 관련된 또 하나의 중요한 측면은 설비수입의 증대가 당면한 대일 무역역조 시정문제와 밀접히 연관되어온 점이다.
기계설비의 지나친 대일 수입의존을 탈피하는 노력은 뿌리 깊은 대일역조 시정에 불가결한 요소일뿐 아니라 당면 최대과제인 국제수지 개선에도 크게 기여하는 길이 될 것이다.
최근의 수입추세로 볼 때 자본재수입은 이 문제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킨다. 지난 83년 총수입의 30%에 달하는 74억달러어치의 자본재를 수입했는데 84년에는 82억달러로 증가율이 10.2%, 올해는 94달러로 14.5%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이같은 수입증가율은 총수입 증가율이나 일반소비재·원자재 수입증가를 훨씬 앞지르는 속도로 올해 경상적자 규모를 6억달러 수준으로 억제하려는 경제운영 목표의 달성여부에 중요한 관건을 쥐고있는 셈이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의 수출용 자본재 수요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수용 수요가 더 많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국제수지 개선에 적지않은 애로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정부는 올해 경상적자 6억달러 목표를 위해 소비재는 물론 원유·펄프등 불가결한 주요 원자재까지도 구체적이 수입절감계획을 세우고 있음을 고려할때 자본재 수입의 절감과 국산화 노력 증대도 더 구체적으로 계획화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기계류 국산화 비율이 82년의 43%에서 지난해 39%선 이하로 떨어지고 있는 추세를 면밀히 분석하여 종합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 문제는 무엇보다도 국산기계의 수요증대가 관건이나 거기에는 국산기계의 품질 향상이 핵심적인 요소로 잠재되어 있다.
따라서 장기적인 국산 기계의 품질개선책이 산업정책의 차원에서 공동모색돼야 할 것이나 단기적으로는 국산기계에 대한 수요확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정부계획으로는 국산기계에 대한 리스자금 공급을 확대하고 국산기계 구입자금의 지원규모와 조건을 개선하는등 나름대로 구체적인 방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자본재의 수입대체는 무엇보다도 기술과 생산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므로 이 분야와 연계되지 않는 국산화는 한계를 지닐 수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그것이 수출산업용 시설재일 경우 더욱 그렇다. 때문에 기계류 국산화 문제는 어느 한 측면에서만 다루기보다는 국제수지와 국제경쟁력, 기술개발과 생산성, 전반적인 기계공업 수준 향상과 전략부문, 수출용과 내수용등 다각적인 기준으로 분류하고 각 분야에 적절한 부문별 계획을 세워 실천해가는 일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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