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김무성의 ‘주호영 공천탈락 재의’ 요구, 단박에 거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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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경빈 기자.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16일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에 대한 김무성 대표의 ‘공천 재의요구’를 즉각 일축하며 정면충돌했다.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5시21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공천위 내부 논의 결과 주 의원에 대한 공천 재의 요구는 반려하기로 결정났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주 의원에 대해 공천 재의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끝낸 지 약 1분 만에 이 위원장이 주 의원의 공천탈락 최종확정을 결정지은 것이다.

앞서 김 대표는 오후 5시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공천위가 단수추천 지역으로 결정한 11개 지역 중 7곳에 대해 최고위원회의 의결을 보류한다”고 말했다. 또 “우선추천지역 중 1곳은 보류, 1곳은 재의 요구, 1곳은 의결했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은 지역명은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힐지 않았다. 하지만 재의를 요구한 지역은 주 의원의 지역구(대구 수성을)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대표와 기자들의 일문일답.

이한구 위원장은 주 의원의 재의 요구를 받지 못하겠다는데.
“그것은 결과를 봅시다.”
다른 최고위원들은 김 대표가 말하는 보류 지역들에 대해서 보류가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는데.
“응? 보류.”
보류하겠다고 발표한 지역이 최고위원들간에 만장일치로 보류를 하기로 한 게 아니라 지금 김 대표 개인 생각인 건지.
“일단 공천위 대표를 의결해야 하는데 최고위원들이 의결하지 않았다.”

5시20분, 이렇게 김 대표의 기자회견이 끝나자 이 위원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당사 기자실을 찾았다. 3차 경선 여론조사 결과 발표를 위해서였다.

발표를 마친 이 위원장은 “김 대표의 기자간담회 내용을 조금 전에 들었다”며 “주 의원에 대한 재의 요구는 반려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의 기자간담회 내용 중에 보면 공천위가 무슨 당헌·당규를 위반하고 임의로 결정하는 듯한 뉘앙스가 있는데 그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은 다만 최고위가 단수추천지역 7곳 등에 대해 의결을 보류한 것과 관련해서는 “그건 최고위 역할이니 최고위에서 하면 될 일”이라며 “하지만 이미 공천위에서 의견을 모아 결정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당사를 떠나면서 김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다 강도높게 비판했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 기자들의 일문일답.

김 대표의 ‘7개 지역 보류’ 기자회견은 어떻게 들었나.
“논의를 해야지. 최고위에서 논의하고 결정해야지. 근데 설명 다 했으니까 알아들을 거에요. 어떤 때는 알아듣고… 뒤에 가서 저러네. 나참.”
김무성 대표의 기자회견 내용이 날이 서 있던데.
“난 기자회견 다 못 들었어.”
여론조사에서 2등한 사람이 1등한 사람에 앞서 공천받는 것에 비판했다.
“여론조사? 그것도 웃기는 소리야. 여론조사로 공천을 다 정하나? 다른 요소도 갖고 하잖아 같이. 다 설명해 줬는데도 그런 소리를 하고 있어. 여론조사로 다하면 우리가 무슨 필요가 있어. 컴퓨터로 하면되지. 여러가지라고. 그게(김 대표의 기자회견) 바보같은 소리지.”
공천에 영향주는 요소를 알려줘야지.
“생각을 해봐. 여론조사가 3등이라해도 1, 2등이 결격 사유가 있으면 빼야하는 것 아니냐고. 1등이라고 하더라도 그 사람이 본선에 나가면 본선 경쟁력에 문제 있다고 하면 빼야 하잖아.”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분당을 예로 들었다. 그는 “분당을 전하진 후보의 경우 임태희 후보하고 비교가 안 되는 게 있다”며 “거긴 판교하고 해서 창조경제의 본거지로 만들어야하는 곳이다. 가능하면 가장 적합한 사람 찾아야 한다”며 IT 전문가인 전 후보에 대해 공천을 준 이유를 설명했다.

이 위원장이 공천발표하면서 최근 ‘정무적 판단’이란 말을 자주 하는데 이건 좀 모호하지 않은가.
“이봐요. 개인별로 ‘이 사람은 뭐가 어떻고 뭐가 어떻고’ 그럼 그 사람 바보되는 거지.”

이어 이야기는 주호영 의원의 지역구를 ‘여성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하며 공천에서 배제한 것에 대한 부분으로 넘어갔다.

여성 우선추천지역이 이렇게 중진들 공천배제시킬 때 사용하는게 맞나.
“그것도 우스운 얘기지. 여성 추천지역 선정한 뜻은 조금 무리하더라도 여성이 당선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의미가 있잖아. 그런 곳을 찾아서 정하면 원래 그 지역에 활동하던 남성들은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잖아.”

이어 이 위원장은 “제일 좋은 지역구라는게 대략 당 입장에서 빤하잖아. 대구, 그 다음에 강남, 분당, 뭐 그런 데 아냐”라며 “대구의 주호영ㆍ서상기 의원 밖에 빼낼 데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고선 “두 사람 다 거기서 실컷 해 먹었잖아. 막말로 하자면. 그런데 지금 4선까지? 그건 무리 아냐. 그걸 갖고 왜 자꾸 그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김무성 대표와 전화통화 안 하나.
“전화는 무슨 전화. 아까 만났다니까. 아까 만나서 얘기 다 해줬는데.”
그런데도 김 대표가 기자회견을 한건가.
“그래 그러니까 내가 지금 열이 난거지. 공천위는 내일 최고위 하는거 보고 한다고 방침을 정했어. 도저히 못참아. 하하하.”
어디 가는 길.
“집에 가서 쉬어야지.”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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