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7년 된 기독교 학교, 이슬람 축제 2년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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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계명대에서 처음으로 열린 이슬람 국가의 봄 축제 ‘네브루즈’ 모습. [사진 계명대]

미국 북장로회 선교사들이 117년 전에 세운 대구의 한 기독교 대학에서 2년째 이슬람 국가의 축제·종교 행사가 열리고 있어 화제다. 십자가가 곳곳에 세워져 있고 1학년 필수과목으로 채플(chapel·기독교 학교의 예배 수업)까지 있는 계명대 이야기다.

계명대, 터키와 문화 교류 행사

계명대는 19일 성서 캠퍼스에서 ‘네브루즈(Nevruz)’ 행사를 연다. 네브루즈는 터키 등 중앙아시아 일대의 이슬람 국가에서 매년 3월 ‘새 봄이 온 것을 축하한다’는 의미로 열리는 축제다. 이날 터키 전통 춤 공연단 등은 바닥에 불을 켜놓고 훌쩍 뛰어넘어 액운을 물리치는 이슬람 의식인 ‘아테시’를 진행하고 민속 춤을 선보인다. 계명대의 이슬람 관련 행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11월 이슬람 수피즘 공연단이 계명대에서 ‘수피댄스’를 소개했다. 이는 피리와 북소리에 맞춰 터키어로 된 ‘일라히스’라는 찬송을 부르고 긴 치마를 입은 사람이 1시간이 넘게 제자리에서 회전하는 춤이다.

기독교 대학에서 이슬람 행사가 열리는 것은 터키와의 인연 때문이다. 경북도가 2014년 실크로드 역사를 재조명하는 사업을 할 때 계명대가 지역 대학 대표로 참여했다. 이를 통해 터키와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됐고 자연스럽게 문화 교류 차원의 행사를 열게 된 것이다.

터키 이스탄불시는 지난해 8월 터키 문학 책과 그릇 등 60여 점의 유물을 전시한 작은 터키 박물관을 계명대에 만들었다. 박물관은 ‘한국터키우정의 방’으로 이름 붙여졌다. 계명대도 이슬람 문화를 연구하는 실크로드 중앙아시아 연구원을 따로 설치해 운영 중이다. 계명대 측은 “종교적 의미가 아니라 문화 교류 차원의 행사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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