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기준금리 9개월째 동결…연 1.5%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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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10일 서울 남대문로 한은 본관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5%로 유지했다.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내린 뒤 9개월째 동결 조치다. 수출과 내수, 소비심리 등 최근 각종 경기 지표가 좋지 않지만 최근 달러 대비 원화가치 하락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와 여전히 부담스러운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고려해 금리를 묶어두고 경기 상황을 지켜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도 이달에는 금리가 동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최근 채권시장 전문가 2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2.5%는 동결을 예상했다.

이번 금통위를 앞두고 한때 기준 금리 인하 필요성이 부각되기도 했다. 각종 경제 지표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2월 수출은 전년보다 12.2% 줄며 14개월째 감소세를 유지했고 1월 전체 산업생산도 전달보다 1.2% 줄었다. 이에따라 경기 부양을 위해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중국 등 세계 경기가 불안한 가운데 북한 리스크도 불거지며 세계 경제의 시계(視界)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런 가운데 한은이 섣불리 금리를 인하했다간 자본이 한꺼번에 해외로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주요 국가의 통화정책회의가 금통위 직후 열리는 점도 한은이 먼저 금리를 움직이기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10일(현지시간)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를 시작으로 15일 일본은행(BOJ) 금융정책결정회의,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등이 줄줄이 예정돼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가 상당히 가라앉은 상황이지만 북핵 리스크 부각에 따른 자본 유출 우려도 있다”며“금리를 섣불리 움직이기에는 여러 변수가 너무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말했다.

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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