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 극복한 이대호, 장점 드러낸 박병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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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도전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자신을 어필하는 방법은 다르다. 이대호(34·시애틀 매리너스)는 단점을 극복하고,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는 장점을 드러내면서 주목받고 있다.

이대호는 9일 클리블랜드와 시범경기에서 2타수 무안타 1볼넷 1득점을 기록했다. '1득점'이 인상적이었다. 2회 선두타자로 나온 이대호는 볼넷을 고른 뒤 숀 오말리의 우전 안타 때 1루를 돌아 3루까지 내달렸다. 이어 마이크 주니노의 중견수 희생플라이 때 홈을 밟았다.

수비는 더 좋았다. 1회 호세 라미레스가 중견수 쪽 깊숙한 안타를 친 뒤 시애틀 2루수 오말리는 공을 더듬었다. 그러나 라미레스는 3루까지 가지 못했다. 이대호가 재빨리 베이스 커버에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2회 무사 2·3루에서는 윌 베너블의 강습 타구를 잡아 홈으로 뿌려 아웃시켰다. 5회에는 호세 라미레스의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는 호수비도 펼쳤다.

3회 1사 1루 땅볼 때 커버를 들어오던 투수 네이선 칸스와 콜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아 타구를 놓친 장면을 제외하면 완벽했다. 스캇 서비스 시애틀 감독은 "상황에 맞는 수비를 했다. 이대호의 수비가 상당히 인상적이었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이대호의 MLB 진출 과정은 험난했다. 타격 능력은 좋지만 큰 체격과 느린 발 때문에 수비와 주루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날 이대호는 자신의 약점으로 지목된 부분에 대한 의심을 지워냈다.
박병호는 같은 날 자신의 거포 본능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0-5로 뒤진 2회초 1사에서 토론토 우완 가빈 플로이드의 2구째 92마일(148㎞)짜리 직구를 때려 좌중간 담장을 넘겼다. 시범경기 2번째 홈런. 미네소타 선수 중 홈런 2개를 때린 건 박병호가 유일하다.

미네소타를 비롯한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박병호에게 관심을 보였던 건 장타력이다. MLB.com의 칼럼니스트 짐 칼리스는 "박병호는 한국에서 처음으로 2년 연속 50홈런을 때린 선수다. 미네소타가 그에게 2485만달러(약 300억원)의 비용을 투자한 건 그의 파워를 진짜라고 믿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삼진 5개를 당하는 등 박병호의 타율은 0.231(13타수 3안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3개의 안타 중 2개가 홈런일 정도로 장타력은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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