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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73%가 “도박해 봤다”…예방 교육한 학교는 1.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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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스마트폰과 인터넷의 급속한 보급으로 청소년들이 온라인 불법 도박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도박 첫 경험, 초등 1~3학년 23%
전문가 “예방교육·단속 강화해야”

광주도박문제관리센터가 중고생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2012년)에 따르면 한 번이라도 도박을 해 본 학생은 73%에 달했다. 온라인 불법 도박은 479명(24%)이 해봤다. 전문가 개입이 즉시 필요할 정도로 중독된 학생 비율은 3.8%였다. 성인(1.3%)의 3배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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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을 처음 접한 시기는 초등학교 4~6학년(31.2%)이 가장 많았다. 이어 초등학교 1~3학년(22.8%), 중학교 1학년(11.3%), 초등학교 입학 전(8%), 중학교 2학년(6.5%) 등 순이었다. 국무총리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합법 도박자의 6.2%, 불법 도박자의 10.8%가 18세 이하 청소년으로 조사됐다. 병적 도박 등의 문제를 갖고 있는 성인 도박자의 32%는 15세 이전에 도박을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청소년기에 접한 도박이 사회적 규범, 근로의식, 돈과 인성 등 가치관 형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청소년 도박에 대한 정부와 학교의 관심은 부족하다. ‘도박은 성인 문제’라는 인식이 뿌리 깊어 학교에서는 예방교육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청소년 도박 중독 예방교육을 받은 학교는 전국 197곳(초등 77, 중 68, 고 52)에 불과했다. 전체 학교(초등 5978, 중 3204, 고 2344)의 1.7% 수준이다.

새누리당 신경림 의원은 지난해 11월 학교 보건교육에서 인터넷·도박 중독 예방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학교보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아직 국회 본회의에 상정도 못하고 있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최이순 부산센터장은 “청소년 도박 문제는 이제 국가 차원에서 관리해야 한다”며 “나라 전체가 도박으로 병들기 전에 학생·교사·부모에 대한 적절한 예방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법 도박 공급자뿐 아니라 이용자도 집중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최준영 경찰청 사이버안전국 수사기획팀장은 “불법 도박을 하려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공급자만 단속하는 것은 또 다른 공급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사이트 이용자도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주 2회 하는 불법 사이트 검증 심의를 상시 가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도박 만연의 근본적 원인을 사회·경제적 요인에서 찾기도 한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한국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돌 정도로 극심한 장기침체에 빠지면서 일할 곳이 없어진 사람들의 마음속에 한탕주의와 대박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며 “이런 심리가 도박 열풍으로 이어져 배금주의가 확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도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선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면 계층 상승을 이룰 수 있다’는 희망과 한 번 실패해도 기회가 주어지는 ‘패자 부활’이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박진호·최종권·유명한 기자 park.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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