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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돈이 中國으로 몰리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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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무현 대통령이 이번에 중국을 방문하면 후진타오(胡錦濤)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많은 당.정 관계 지도자를 만나보게 될 것이다. 특히 후진타오와의 만남은 좀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한.중 양국의 새로운 정상 간의 상견례라는 의미도 있지만 후진타오는 이른바 4세대 지도자로서의 세대교체 후 정상에 등극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중 양국 정상의 만남 중에서 가장 젊은 세대 간의 만남이기도 하다. 상견례인 만큼 서로 호흡을 맞추고 양국의 공동 관심사에 대한 협조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중 양국의 교류 역사는 유구하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다. 1992년에 수교가 이뤄졌고 지금은 '전반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단계에 와 있다. 수교 이후 양국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대체로 성공적인 교류를 해왔다.

盧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통해 우리는 성장률 7~8%의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실체와 국가 경쟁력의 원천을 파악해 우리 경제의 발전을 위한 참고 자료로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중국은 주지하다시피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다. 특히 국가 경쟁력 면에서는 우리보다 상당히 앞서 가는 요소가 많다. 이러한 요소들을 파악하고 활용하는 것이 이번 방문 목적의 하나가 돼야 한다.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중국 공산당(中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가장 강력한 힘과 조직을 가진 것이 바로 중국 공산당이다. 6천5백만명의 당원을 거느리고 있는 공산당 조직은 매우 효율적이다. 특히 지도 계층의 경쟁력과 전문성은 뛰어나다. '공산당이 없으면 중국은 없다'고 할 정도로 조직 구성원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중국 국가 권력의 핵심은 후진타오 당 총서기를 포함한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입당 경력 40년 전후의 백전노장 전문가다. 지방 성(省) 정부의 행정은 물론 공장의 운영, 건설 프로젝트 등의 책임자로서 장기간 근무하는 과정에서 축적된 현장 경험과 풍부한 전문지식이 있다.

상무위원 이외의 정치국원들도 모두 대학 이상의 학력과 고도의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테크노크라트들이다. 예외없이 이론과 실무 면에서 철저히 검증된 지도자들이다.

중국은 당.정 등 국가 조직과 인사가 지속적으로 안정돼 있다. 그리고 예상 가능한 인사가 이뤄진다. 후진타오 총서기나 원자바오(溫家寶)총리 등 대부분의 4세대 지도자는 모두 미리 예상됐던 인물들이다. 조직과 인사의 안정은 국가의 안정이고, 국가의 안정이 바로 국가 경쟁력의 원천인 것이다.

과거 10년간 외자 도입 실적을 보면 개발도상국 중 중국이 1위다. 2002년에만 실행기준 5백억달러를 넘어섰다. 당.정 지도부의 인사는 특별한 사태가 없는 한 5년마다 이뤄지며 한번 연임되면 10년을 재직하게 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정책의 수립.집행.책임 소재가 분명해지고 과거.현재.미래에 걸친 정책의 일관성이 유지된다.

중국의 제조 경쟁력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인데 그 배경에는 노사협력이 존재한다. 노조가 있지만 파업은 거의 없다. 노조의 단체행동권이 허용되지도 않지만 정부가 노동자의 근본 이익을 보호해주기 때문이다.

중국의 제조 경쟁력과 막대한 시장의 잠재성은 세계의 돈이 중국으로 몰려오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 포천지의 5백대 기업 중 4백개 이상이 중국에 진출해 있다. 이들은 자본과 기술은 물론 선진 노하우 및 경영 기법까지 중국에 전수하고 있다.

2002년 말 중국 내의 외자 기업수가 42만개에 이르렀다. 이런 이유로 중국의 경제발전에 가속도가 붙는 것이다. 盧대통령의 중국 방문 기간 중 북한 문제 못지않게 제조 경쟁력 부문을 심각하게 살펴봐야 한다.

중국의 뛰어난 외교.통상교섭 능력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국가 지도자나 고위급 인사의 말 한마디가 국가의 신임도나 투자 유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김유진 前 삼성 중국본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