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김운용 훼방說' 알고 있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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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올림픽 평창 유치를 위해 김운용(金雲龍)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 부위원장에 출마하지 말아 줄 것을 고건(高建)총리까지 요청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결국 高총리도 金위원의 부위원장 출마와 그것이 평창 유치에 걸림돌이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는 그동안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제기된 '金위원의 평창 유치 훼방설'을 정부 차원에서 뒷받침하는 것이어서 金위원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청와대 측도 6일 "金위원의 아리송한 프라하 행적과 그의 출마설이 평창 유치를 어렵게 만든 요인이 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해 진상조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김운용 파문은 새 국면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高총리는 지난 1일(현지시간)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과 金위원 간의 조찬 회동에서 '金위원의 부위원장 출마설이 평창 유치에 부담이 되고 있으니 프리젠테이션 때 불출마 선언을 하면 큰 도움이 될 것'이란 취지로 설득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金위원은 "일부에서 나를 비난하고 있지만 나는 유치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불출마 선언 여부에 대해선 딱 부러지게 답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3자 회동이 성과를 내지 못하자 초조해진 유치단의 체육계 관계자들도 金위원을 만나 불출마를 설득했다고 한다. 체육계 고위 인사는 "여러 사람이 金위원에게 불출마 선언의 불가피성을 설명했으나 金위원은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고 전했다.

김운용 위원은 6일 귀국하면서도 "평창이 탈락하기 전까지는 IOC 부위원장 선거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서 "(개최지 결정 후) IOC 내부 사정과 일부 위원들의 권유, 2014년 겨울올림픽 유치와 태권도 보호 등을 위해 부위원장직에 출마하게 됐다"고 거듭 반박했다. 그러나 유치위 관계자들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반발했다.

특히 프라하 총회 한달 전에 나온 캐나다 '토론토 선'지의 지난 6월 5일자 보도는 주앙 아벨란제 IOC 위원(전 FIFA 회장)의 말을 인용해 "한국이 두가지 목적(부위원장과 겨울올림픽 유치)을 다 이룰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金위원이 부위원장 출마를 오랫동안 준비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 신문은 또 프라하 총회가 끝난 뒤 "평창은 김운용 위원의 부위원장 출마와 관련된 것이 문제였다. 金위원이 부위원장에 출마하기 때문에 우리(밴쿠버)가 이길 것을 예상했다"고 보도했다.

평창유치위의 고위 관계자도 "IOC 부위원장이라는 자리가 과연 가만히 있다가 선거날 일부 위원들의 권유에 의해 출마하고 당선될 수 있는 자리인가"라고 반문했다. IOC가 '대륙별 분배'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것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김운용 위원이다.

전영기.성백유 기자
사진=김춘식 기자 <cyjb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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