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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라디오 들으며 혼자 밥 먹는 노후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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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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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파산-장수의 악몽
NHK 스페셜 제작팀
김정환 옮김, 다산북스
316쪽, 1만5000원

정치·경제·사회 교과서·원론서의 전면 개정이 필요한 세상이다. 희한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솝 우화』마저도 새로 써야 할지 모른다. ‘개미와 베짱이’의 교훈은 설득력을 상실했다.

젊어서 열심히 일한 ‘개미형 생활인’에게도 ‘평안한 노후’라는 표현은 배신감을 일으킬 뿐이다. 그들을 맞이하는 것은 ‘노후파산(老後破産)’이라는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부조리다.

 일본의 독거노인 인구는 600만 명이다. 그 중 200만 명은 얼마 되지 않은 연금만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 이들의 실태를 다룬 NHK 프로 ‘노후파산’은 일본사회를 흔들었고 ‘노후파산’은 일상용어가 됐다. 2014년 방영된 TV프로를 바탕으로 쓴 이 책은 새로운 국가적·개인적 노후모델을 개발해야 하는 정책개발자와 우리 개개인이 읽어야 할 책이다.

 그 누구도 ‘노후파산’의 가능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그들 중 상당수는 일 때문에 평생 결혼도 하지 않았다. 나름대로 노후를 계획했다. 이제 그들에게는 전기마저 사치다. TV 대신 라디오를 듣는다. 아파도 병원을 피한다. 주위엔 친구가 없다. ‘차라리 죽고 싶다’며 하루하루를 절망으로 살아간다. 그들은 차라리 고독사에서 영원한 해방의 가능성을 본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무심코 영위해온 경제 생활을 전면 재검토하게 될 것이다. 커피 한잔도 다시 생각하고 지갑을 열게 될 것이다. 장수가 악몽인 상황을 나와 무관하게 만들려면 오늘부터 더 철저한 계획과 행동이 필요하다.

김환영 기자 whan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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