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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드론 날릴 수 있는 구는 5곳뿐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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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서울 드론 비행 지도

국가주요시설·비행장 9.3km 이내 못날려
송파·구로·관악·금천·강동구 일부만 자율
한강변도 사람 많은 지역에선 비행 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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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모(30)씨가 드론을 구입한 건 지난해다. 키덜트페어 전시장을 찾았다가 자유롭게 공중을 나는 드론을 보고 한눈에 반했다. ‘드론이야말로 어른들을 위한 가장 완벽한 장난감’이라고 생각한 원씨, 주말마다 집 앞 운동장과 한강에 나가 드론을 날리겠다고 결심하고 그 자리에서 40만원짜리 드론을 구입했다.

 하지만 원씨의 계획은 이뤄지지 못했다. 드론을 날리기엔 걸림돌이 너무 많았다. 우선 원씨가 거주하는 서대문구 연희동은 국가 주요시설 밀집지역이었다. 드론을 날릴 수 없는 비행금지구역이다. 한강변에 나가 드론을 날리려고 했지만 사람 많은 지역에선 드론 비행이 금지돼 있었다. 원씨는 “다 큰 어른이 장난감 좀 가지고 놀겠다는 데 무슨 제약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며 “서울 외곽에 나가 몇 번 드론을 날려보긴 했지만 이제는 시들해져 집 한구석에 치워놨다”고 말했다.

 
강북 전 지역이 드론 비행 제한

 드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실제로 드론을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은 많지 않다. 드론을 날릴 수 있는 곳보다 날릴 수 없는 곳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항공법에 따르면 국가 주요시설이 밀집한 서울 강북 지역과 휴전선, 원전 주변은 비행금지구역이다. 또한 군·민간비행장 반경 9.3km에서는 고도 150m 이상으로 드론을 날릴 수 없다. 야간·황사·안개 등 드론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경우나,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곳의 상공에서도 드론 비행은 금지돼 있다. 양현모 ‘드론스타팅’ 대표는 “강북은 국가 주요시설이 많아서 안 되고 강남은 사람이 많아서 비행이 금지된다”며 “이런저런 제약을 다 고려하면 서울에서 자유롭게 드론을 날릴 수 있는 곳은 송파구 풍납동, 구로구 개봉동, 관악구 난향동 그리고 강동구(둔촌1동 제외)와 금천구(독산3동 제외)정도다”고 말했다.

 드론 비행 가능 여부를 승인하는 곳은 국토교통부다. 이에 대해 국토부 항공운항정책과 관계자는 “차로에 운전 규칙이 있듯 하늘에도 운항 규칙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규칙을 하나씩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며 “드론 이용자들이 느끼기에 제도가 꽉 막힌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비행금지구역에 대한 규정은 중국·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과 동등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드론 비행 가능 구역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방부, 수방사 등과 함께 드론 비행 가능 지역을 늘릴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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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대원 동행하에 항공촬영 허가

관련 산업 종사자들 사이에도 불만이 크다. 부동산 관련 업종에서 일하는 박모(30)씨는 “해외에서는 별다른 제약 없이 드론을 띄워 토지 측량을 하는데 한국에서는 드론을 띄우기까지의 과정이 너무 번거롭다”며 “항공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국방부에 촬영 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데 승인을 받기까지 일주일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촬영 계획안이라는 게 사실상 사업 기밀이 담긴 계획안인 경우가 많다. 기밀 유출을 우려하는 일부 기업들은 감시를 피해 몰래 드론을 띄우기도 한다. 노윤식 한국드론협회 팀장은 “드론에 대한 지나친 규제가 한국 드론 산업의 태동을 막고 있다”며 “예를 들어 시내 주요 관광지에 드론을 띄워 외국인 관광객에게 드론으로 찍은 사진을 판매할 수 있다면 관광산업에 큰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드론으로 항공촬영하는 건 국가정보원법과 군사기지 및 시설보호법 등에 따른다. 이 때문에 드론 항공촬영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건 국토부가 아닌 국방부다. 국방부 정보본부보안암호정책과 관계자는 “한국의 군사적 특수성을 고려할 때 항공촬영에 관해서는 어느 정도 규제가 필요하다”며 “시민들에게 국가 주요시설의 위치를 알려주며 이곳에선 촬영을 못 한다고 공개적으로 설명할 수 없기에 일단 촬영 목적과 장소를 기입하라고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주요시설과 촬영지의 위치가 애매하게 떨어져 있을 경우엔 기무대원의 동행하에 촬영을 허가하는 등 최대한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성장 가능성이 높은 드론 관련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복잡한 관련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송용규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현재 한국은 드론에 관한 규제를 드론이 아닌 RC비행기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서 불필요한 내용의 규제가 많다”며 “드론은 사람의 시야가 닿지 않는 곳에서 구조 활동을 하거나 야간에 물건 배달을 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뒷받침하는 법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민관 기자 kim.mink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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