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의환향한 썰매 영웅들 "평창 향해 더 노력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세계 썰매계를 뒤흔든 영웅들이 돌아왔다. 그러나 이들은 한껏 몸을 낮췄다. 2년 뒤 열릴 평창 겨울올림픽을 향한 노력을 이야기했다.

봅슬레이 세계 1위 원윤종(31·강원도청)·서영우(25·경기도연맹), 스켈레톤 세계 2위 윤성빈(22·한국체대)이 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금의환향했다. 월드컵과 세계선수권 출전을 위해 지난달 1일 출국해 두 달 만에 돌아온 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원윤종·서영우는 봅슬레이 남자 2인승 월드컵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따내며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윤성빈도 월드컵 7차 대회에서 1위, 세계선수권에선 은메달을 목에 걸며 스켈레톤 입문 3년여 만에 기적을 일궈냈다. 국제 대회에서 성과를 낸 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공항엔 가족들이 나와 꽃다발을 건네고, 축하 메시지를 담은 플래카드를 들고 나왔다.

한 시즌을 기분 좋게 마친 이들은 하나같이 "기쁘다"고 말했다. 원윤종은 "썰매가 없어 빌려 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 힘든 시절을 거쳐 세계 정상까지 올랐다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성빈은 "지난 시즌까지는 세계 최정상과의 격차를 체감했으나 이번 시즌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기량이 향상되는 걸 느낀다"고 말했다. 서영우는 "주변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런 성과를 내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지도자를 비롯한 지원 스태프들에 고마움을 전했다.

이들은 시즌 도중 힘든 순간도 겪었다. 지난 1월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맬컴 로이드(영국) 코치의 부재로 공허함을 느껴야 했다. 32년 동안 러시아, 캐나다 등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왔던 로이드 코치는 2014년부터 한국과 인연을 맺고, 선수들에게 선진 기술을 전수했다. 이용 봅슬레이대표팀 총감독은 "선수들이 로이드 코치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 한동안 공황 상태에 빠질 정도로 힘들어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수선한 상황에서 모두가 하고자 하는 의지가 컸다. 지도자로서 세계 1, 2위를 차지한 선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기쁨 속에서도 냉정함을 잃지 않았다. 원윤종은 "마음을 낮추겠다"고 말햇다. 윤성빈은 올 시즌 월드컵에서 7차례나 우승한 세계 1위 마르틴스 두쿠르스(32·라트비아)의 이름을 수차례 거론했다. 그는 "2인자는 할 말이 없다"면서 "올 시즌 8차례 월드컵에서 겨우 한 번 이겼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에는 두쿠르스가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아니다. 앞으로 기록 차이가 계속 줄어들 것이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평창에서 많이 보완하면 2년 뒤 (올림픽)에는 웃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윤종의 파트너인 서영우는 "1년 뒤 오늘에는 스타트와 드라이빙에 대해 모두 만족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스타트 기록을 더욱 단축할 수 있도록 여름에 체력 훈련을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귀국한 썰매 영웅들은 집으로 가지 않고 곧장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로 이동했다. 3일부터 열리는 사전 인증(테스트 경기)에 참가해 트랙을 점검할 예정이다. 사전 인증 직후엔 곧바로 실전 훈련도 소화한다.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는 2018년 평창 올림픽 썰매 경기가 열리는 곳이다. 이 감독은 "평창 올림픽까지 90%를 채웠다고 생각한다. 남은 10%는 평창 트랙에서의 수많은 연습을 통해 채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외국 선수들은 올림픽까지 이 트랙에서 기껏해야 40차례 밖에 못 탄다. 우리는 500번, 1000번 탈 수 있도록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원윤종은 "세계 1위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다. 국내에서의 선수단 훈련이 남아 있기 때문에 더 집중해야 한다"면서 "국내에 처음 트랙이 생겨서 빨리 타보고 싶다. 좀 더 긴장하고 집중해 훈련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꿈과 희망이 됐으면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