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손목 통증 딛고 3년 만에 유럽 정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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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 선수. [사진제공=사진작가 박준석]

신지애(28)가 3년 만에 유럽 무대를 정복했다.

신지애는 28일 호주 퀸즈랜드 골드코스트 로열 파인스 리조트(파73)에서 열린 유럽여자프로골프투어(LET) RACV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우승했다. 마지막 날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타를 줄인 신지애는 14언더파로 홀리 클라이번(잉글랜드)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신지애는 2013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겸 LET 대회로 열렸던 호주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3년 만에 유럽 무대 정상에 올랐다. 또 신지애는 9년 전 이 대회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쉬움도 풀었다.

지난 주 호주여자오픈 3라운드 도중 오른쪽 손목을 삐끗했던 신지애는 손목 테이핑을 하고 경기에 임했다. 그러나 통증을 이겨내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특히 신지애는 2006년 아마추어 양희영의 우승 후 지속됐던 한국 선수의 '준우승 징크스'도 털어내며 의미를 더했다. 2007년 신지애를 비롯해 2008년 신현주, 2009년 유소연, 2010년 이보미, 2012년 김하늘, 2013년 최운정이 이 대회에서 준우승을 했다.

전날 최대 시속 55km까지 몰아쳤던 강풍은 물러났지만 날씨가 오락가락했다. 경기를 시작할 때는 강한 햇볕이 났지만 5번 홀을 지날 때 쯤 먹구름과 함께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경기 후반부에는 다시 날이 밝아졌다.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신지애의 이날 경기 내용도 들쑥날쑥했다. 5번 홀까지 파 행진을 했던 신지애는 챔피언 조에서 함께 플레이를 하며 2타를 줄인 카밀라 레나르트(스웨덴)에게 10언더파 공동선두를 허용했다. 6번 홀에서 7m 버디 퍼트가 들어가면서 신지애는 기세를 올리기 시작했다. 8번 홀과 10번 홀에서도 버디를 추가한 신지애는 13언더파까지 치고 올라가며 레나르트와 격차를 2타로 벌렸다.

그러나 11번 홀에서 세컨드 샷이 벙커에 빠지는 등 어려움을 겪으며 첫 보기를 적었다. 대회 2라운드 13번 홀 이후 34번째 홀 만에 나온 보기였다. 12번 홀에서 타수를 만회할 기회를 잡았지만 1m 내 버디 퍼트가 홀컵을 돌고 나와 파에 머물렀다. 다음 홀 티샷에 영향을 미쳤다. 신지애의 티샷은 우측으로 밀리며 워터해저드로 떨어졌다. 1벌타를 받고 180m 거리에서 하이브리드로 세 번째 샷을 했는데 그린에 올리는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 만약 그린을 놓쳤으면 타수를 더 많이 잃을 수도 있었지만 신지애는 위기를 보기로 막았다. 11언더파로 내려앉은 신지애는 레나르트에게 다시 공동선두를 헌납했다.

그렇지만 세계랭킹 1위까지 했던 신지애의 저력은 후반에 갈수록 돋보였다. 15, 16번 홀에서 잡은 3m 버디 기회를 침착하게 성공시킨 그는 순식간에 2위와 타수를 3타로 벌렸다. 레르나르트는 14번 홀에서 4m 파 퍼트를 놓쳤고, 15번 홀에서는 1.5m 버디 기회를 놓치며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신지애의 이번 우승은 다음 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개막을 앞둔 시점이라 의미가 있다. 일본 투어 3년째를 맡는 신지애는 처음으로 개막 이전 다른 투어를 뛰면서 실전 감각을 쌓았다. LPGA 투어인 호주여자오픈과 혼다 타일랜드 대회를 연속으로 뛸 수도 있었지만 그는 시차와 이동거리 등을 고려해 호주의 2개 대회를 선택했다. 우승으로 자신감을 더한 신지애는 개막 전에 예열을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됐다. 지난 2년간 초반 페이스가 느렸는데 올 시즌에는 우승 페이스를 일찌감치 끌어 올려 목표인 한미일 투어 상금왕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마추어 최혜진(학산여고)이 샷 이글을 포함해 5타를 줄여 8언더파 공동 5위를 차지했다. 신예 이소영(롯데)은 4언더파 11위로 대회를 마쳤다.

김두용 기자 enjoygolf@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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