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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 누린 수입차, 차액 환급은 나몰라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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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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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집을 제외하곤 가장 큰 ‘목돈’이 드는 소비재로 꼽힌다. 그래서 차를 살 땐 특히 할인에 민감하다.

정부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지난해 9~12월 차 값의 5%인 개별소비세를 3.5%로 깎아준다고 했을 때 판매량이 크게 늘어난 건 그 때문이다. 자동차 업체는 수십만~수백만 원의 할인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그만큼 수익에 도움이 됐다.

 그런데 이달 초 정부가 “개소세 인하 혜택을 지난해 말에서 올해 6월까지 연장하고 소급 적용한다”고 밝히면서 새로운 문제가 불거졌다.

정부 발표가 나오기 전인 1월에 차를 산 소비자들은 개소세 인하 혜택을 반영하지 않은 가격에 구매했다. 하지만 혜택을 소급 적용한 만큼 자동차 업체는 이들에게 개소세 금액만큼 돈을 환급해주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는 다음달 11일까지 해당 고객에게 차액을 환급할 계획이다. 제네시스 EQ900의 경우 130만~210만 원, 아반떼는 26만~44만 원을 돌려준다.

기아차 K7 고객도 55만~72만 원을 받는다. 쌍용차 역시 티볼리 37만~42만 원, 렉스턴W 52만~72만 원 환급에 나선다. 르노삼성차는 QM3 41만~47만 원, SM7 54만~69만 원을 돌려준다. 한국GM도 개소세 환급에 나설 예정이다.

 그러나 수입차 업체들은 다르다. 메르세데스-벤츠·BMW·폴크스바겐·볼보·인피니티 등은 환급을 거부했다.

벤츠 관계자는 “지난 한 달간 자체적으로 개소세 인하분을 연장 적용해 할인 판매했다”며 “이미 깎아서 판매했는데 개소세 금액을 추가로 소급해서 돌려주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폴크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고객에게 ‘개소세 인하분 만큼 우리가 책임지겠다’며 할인 마케팅을 진행했다”며 “이후 2월 들어 차를 산 고객과 형평성 문제 때문에서라도 환급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동안 수입차 업체가 적용한 총 할인 금액에 개소세 인하분이 얼마나 포함됐는지 정확히 가려내긴 어렵다. 수입차 업체가 그동안 개소세 인하분을 충분히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환급을 꺼리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자동차 업계에선 지난달 해당 업체 차량을 구매한 소비자가 1만 명에 달할 것으로 본다. 수입차 인터넷 동호회에선 개소세 미환급 조치를 놓고 비판 여론이 쏟아졌다.

지난달 BMW 미니를 산 이모(28)씨는 “개소세 인하 혜택을 미리 적용했다지만 딜러마다 할인 기준이 달랐다”며 “차를 더 팔기 위해 자체적으로 할인 행사를 한 것을 마치 세금을 깎아준 것처럼 포장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지난달 벤츠 C클래스를 구입한 허모(33)씨도 “개소세 인하 혜택이 끝나면서 국산차 브랜드도 수입차 업체와 마찬가지로 할인 마케팅에 나섰다. 그런데 수입차만 못 돌려준다고 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개소세 인하분을 환급해줘야 할 법적 의무는 없다. 정부는 수입차 업체로부터 받은 개소세를 업체에 돌려줄 책임이 있지만, 이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수입차 업체가 환급을 거부하면 민사 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사는 법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깐깐한 한국 소비자들이 수입차 업체들의 이번 조치를 어떻게 받아들일지 후폭풍이 궁금하다.

김기환 경제부문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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