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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턴기자의 현장에서] '인지도 흙수저' 예비후보들의 공천면접 고군분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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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정(부산대 불어불문) 인턴기자

“제게는 물어보지 않았지만 (면접) 현장 분위기를 설명 드리자면…”

지난 25일 새누리당 공천심사 면접 이후 언론브리핑에서 부산 사하을의 이호열 예비후보가 “경선룰에 대한 입장이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을 가로챘다. 조경태 의원과 석동현 예비후보에게만 이런 질문이 쏟아지자 같은 지역구에 출마한 이 예비후보가 '대리 답변'에 나선 것이다. 37분 동안 진행된 면접에서도 조 의원과 석 예비후보에게 질문이 몰렸다고 한다. 보통 15분간 진행되는 면접이 22분이나 연장된 이유 역시 경선방식을 둘러싼 두사람의 설전(舌戰) 때문이었다. 조 의원은 더불어민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당적을 옮긴만큼 100% 국민여론조사 경선을 선호하고, 석·이 예비후보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며 당원 대 국민참여 3대7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새누리당 공천심사는 현역의원도 예외 없이 면접 대상에 포함되면서 공정한 경쟁이 될 거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인지도가 높은 예비후보, 경쟁이 치열한 지역을 중심으로 취재를 한다. 이건 차치하더라도 면접장에서조차 예비후보의 인지도에 따라 답변의 기회가 달랐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원유철 원내대표와 함께 평택갑 지역 면접을 본 차화열 예비후보는 면접장을 나오며 “평택지역 경제발전 방안에 대한 답변을 준비했는데 원 원내대표에게만 질문하고 저에게는 지역에서 여론조사 돌려본 적 있느냐고만 물어 서운했다”고 말했다.

이러다보니 관심에 목마른 예비후보들은 종종 ‘튀어야 산다’ 전략으로 면접을 치른다. 면접에 새빨간 한복을 입고 온 예비후보가 있는가 하면, “생활정치, 봉사정치를 하겠다”며 직접 개발한 쓰레기 수거도구를 들고 온 예비후보도 있었다. 또 새누리당 당사 밖에서는 공천 면접이 끝나는 날까지 삼만배를 목표로 큰 절을 하고 있는 예비후보도 있다. 심사위원들에게 질문을 하나라도 더 받고 자신을 각인시키려는 '인지도 흙수저'들의 면접 필살기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이런 방식이 심사위원에게 먹힐지는 의문이다.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선 신입사원 면접에서 튀면 튈수록 탈락률이 높다는 가설이 지배적이다. ‘칙칙폭폭’을 외치며 코레일 면접장에 들어섰다가 면접관의 “그대로 나가라”는 말에 곧장 퇴장했다는 일화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종종 회자된다. 그럼에도 응시자들이 자신만의 퍼포먼스를 준비하는 건 어떻게든 살아남으려는 간절함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다.

매번 간절한 마음으로 면접을 치른 만큼 “내게도 그 질문을 해주지…”하는 아쉬움이 남는 날이면 난 거의 잠에 들지 못했다. 반대의 상황을 가정하면서 면접 결과에도 승복하기 힘들었다. 반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했다”며 후회가 남지 않는 면접일수록 오히려 탈락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면접자가 피면접자에게 지녀야할 최소한의 예의는 그들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는 일이 아닐까. 결국 공천 심사를 앞둔 화려한 퍼포먼스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김해정(부산대 불어불문) 인턴기자 yamahae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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