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내려꽂기식 사천 없애려고 외로운 싸움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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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왼쪽)가 18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천관리위원회의 당헌·당규에 벗어난 행위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자 서청원 최고위원(오른쪽)이 “그런 언행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맞섰다. 이에 김 대표가 “그만하세요”라며 자리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는서 최고위원 이외에도 김태호·이인제 등 최고위원들이 김 대표를 향해 발언을 쏟아냈다. [사진 조문규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8일 “난 지금 사천(私薦)을 없애려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서청원 최고위원과 정면충돌한 뒤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었다.

친박 공격에 격정 토로 인터뷰
여성·장애인 위한 우선추천 악용
자기 사람 심으려 해 내가 나선 것
부패했던 과거 공천, 이젠 끝내야

그는 “내 정치 신념인 상향식 공천을 실현하기 위해 더 이상 가만있지 않겠다”고도 했다. 김 대표가 기자들과 만나서 한 발언과 본지 통화 내용 등을 종합해 문답으로 구성했다.

 -공천관리위원회를 비판한 이유는.

 “과거의 공천은 사천이었다. 권력자에 의한 내려꽂기식 공천이 이뤄졌다. 나도 그런 사천의 피해자였다. 이런 걸 막고자 공들여 공천룰을 만들었는데, 지금 다시 그 룰을 무너뜨리고 과거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과거 회귀 움직임이란 게 구체적으로 뭔가.

 “이한구 공천위원장이 우선추천 지역을 지역별로 미리 배분하겠다고 한 것과 (후보자들끼리 룰 합의가 안 된 지역은)100% 일반국민 여론조사 경선을 하겠다고 한 것은 당의 공천룰을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100% 여론조사 경선은 당초 김 대표의 주장이었다.

 “내 주장과 상관없이 오랜 논의 끝에 공천룰은 ‘국민 70%, 당원 30%’로 결정됐다. 공천은 정해진 룰에 따라서만 작동해야 한다. 특정인이나 권력집단이 누구를 어디에 꽂는 식의 공천은 비민주, 반민주적이다. 그건 결국 다시 부패했던 과거의 공천방식으로 회귀하자고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김 대표가 공천위에 간섭한다는 말도 나온다.

 “난 공천위의 활동에 절대 간섭하지 않는다. 다만 공천룰을 바꾸려 하고, 여성·장애인 등에게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우선추천지역, 단수추천제를 악용해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해서 내가 나선 것이다. 공천위원들이 너무 점잖고 좋게좋게 하려고 하다 보니 일이 잘못 굴러갔다. 이제 그런 일 없을 것이다. 공천위에서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없도록 미리 제어하겠다. 만일 또다시 상향식 공천을 흔들려고 한다면 최고위에서 내가 막겠다. 아닌 건 아니다.“

 -친박계는 서울, 수도권 분구 지역엔 경선을 하지 말고 신인을 우선 추천하자고 한다.

  “말로만 그러지 말고 좋은 인물을 데려와 달라. 그러고 당헌당규, 공천룰 안에서 다 열어놓고 논의해 보자는 거다. 개인의 입김에 의해 누군가가 공천이 되면 안 된다.”

 -김 대표와 가까운 인사들은 의원총회를 열어 이한구 위원장의 거취를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공천룰에 대해 의원들의 생각을 들을 필요가 있다.”

  -‘선거에 져도 공천위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17일 발언은 과했다는 지적이 당내에 있다.

“과하게 들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자. 내가 여당 대표다. 예전 같았으면 우리집 앞에 공천 달라는 사람들이 줄을 섰을 거다. 하지만 난 그런 특권을 다 내려놓았다. 나도 내가 공천 지분을 갖고 ‘내가 몇 사람 공천 줄 테니 당신(최고위원)은 몇 명 추천하시오’ 이런 식으로 하면 편하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이제 끝내야 한다. 지금 상향식 공천을 지키느냐, 무너지느냐는 단순히 내 문제가 아니다. 정당 역사의 중요한 분기점이다.”


서청원 “김 대표 월권, 당을 자기 당인 양 사당화 말라”

친박계 최다선 의원인 7선의 새누리당 서청원 최고위원이 당 최고위원회의 도중 김무성 대표를 면전에서 비판한 게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다.

번은 김 대표의 ‘권력자 발언(“과거에는 권력자가 밀실에서 공천을 좌지우지했다”)’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이었다. 18일에도 그는 김 대표가 “공천위가 (상향식) 공천룰을 벗어나는 건 용납하지 않겠다”고 하자 곧바로 받아치고 나섰다.

회의가 끝난 뒤 서 최고위원에게 이유를 물었다.

-다시 김 대표를 공개 비판했는데.

 “‘권력자’ ‘용납하지 않겠다’ 등 자꾸 강한 용어로 당신이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것처럼 단호하게 말하면 저항감을 불러일으킨다. 용납이란 표현은 1인 지배체제하에서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을 때 할 수 있는 얘기다. 민주적인 정당을 만들기 위해 최고위원회의가 있는 건데 그렇게 독선적인 모습을 보이지 말란 뜻에서 얘기한 거다.”

 -이한구 위원장의 공천관리위원회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고 보나.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 부분에 대해선 이 위원장도 유감 표명을 했다고 들었다. 그러나 지금 최고위원회가 나설 이유가 없다. 나중에 공천위에서 합의되지 않은 부분만 조정해주면 된다.”

 -김 대표가 성급했다는 건가.

 “공천위를 대표의 하부기관처럼 생각하는 건 잘못이다. 공천위의 자주성을 너무 훼손하려고 하면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 최고위에서 한 번 거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다 마련돼 있는데 굳이 완성되지도 않은 걸 가지고 대표가 앞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면 그 사람들이 일을 못 한다.”

 -상향식 공천 원칙은 최고위에서 의결됐다는 게 김 대표 입장인데.

 “상향식 공천은 당론으로 결정한 거니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내가 우려하는 건 과열 경선의 후유증이다. 불과 몇백 표 차로 진 쪽은 본선에서 절대 우리 당을 안 돕는다. 야당이 두 쪽 난 것 이상의 피를 볼 수 있다. 경선하는 지역이 많을수록 부작용이 크니 분구되는 지역은 영입 인재를 우선 추천하는 식으로 보완해야 한다. 이미 최고위원들 사이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에 선거구 획정 이후엔 이런 논의가 본격화될 거다.”

 -친박계가 김 대표를 흔들기 위해 상향식 공천 원칙을 뒤엎으려 한다는 시각이 있다.

 “총선이 두 달도 안 남았는데 당 대표를 흔들어서 뭐하겠나. 그저 당헌·당규대로 논의하고 당 대표가 월권하지 말라는 거다.”

-김 대표는 전날 ‘선거에서 지더라도 상향식 공천 원칙을 흩트리면 안 된다’고 했다.

 “선거에 이겨서 집권하려고 공천을 하는 건데 당 대표가 어떻게 ‘선거에서 지더라도’라는 표현을 쓰나. 게다가 ‘공천위 해체’까지 운운한 건 과하다. 오늘 다른 최고위원들이 좀 언짢은 얘기를 한다고 회의를 맘대로 중단시키는 건 무슨 경우인가.”

 -김 대표는 사천(私薦)을 없애려고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게 무슨 외로운 싸움이란 건지 이해 못하겠다. 당 대표로서 권력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 지난번에 권력자란 표현을 쓴 것과 마찬가지다. 당이 자기 당인 줄 알고 사당화(私黨化)하려 하면 안 된다. 절대 잘못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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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현일훈 김경희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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