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으로 105명이 C형 간염에 감염된 강원 원주지역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보건당국의 늑장 대응 등을 질타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2일 원주시 옛 한양정형외과의원에서 2011~2014년 자가혈시술(PRP)을 받은 환자 927명 중 115명이 C형 간염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원주시보건소는 지난 15일부터 병원을 방문한 1만4500여 명의 환자를 상대로 C·B형 간염 등 감염병 여부를 조사 중이다.
4년 전부터 해당 병원에서 근육주사제 처방과 PRP 시술을 여러 차례 받았다는 시민 김모(57)씨는 “의료기관이나 관리·감독하는 보건당국 모두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한양정형외과의원은 지난해 5월 폐업했다. PRP 시술 후 C형 간염에 걸렸다는 민원이 처음 제기된 이후 한 달여만이다. 당시 원주시보건소는 현장 조사에 나섰으나 원장 A씨(59)가 결백을 주장하자 발길을 돌렸다. 이 사이 원장 A씨는 원주의 다른 병원에서 최근까지 진료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서모(56·여)씨는 “지난해 4월부터 C형 간염 환자가 발생했다는데 10개월이 지나서야 역학조사를 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했다. 그는 “법이 바뀐다고 해도 보건소 직원들이 그 많은 병원을 다 들여다 보기는 힘들 것”이라며 “의사면허 취소 같은 강력한 처벌만이 답”이라고 말했다.
주사기 재사용이 확인된 의원이 있는 충북 제천시 주민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해당 병원은 시정명령을 받았지만 영업은 계속하고 있다. 이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남모(34)씨는 “꺼림직하지만 진료기관이 적은 시골지역은 이런 사고를 겪고도 같은 병원을 또 찾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주사기 등 일회용 의료기기를 재사용하면 면허를 취소하고 최장 5년 이하의 징역형 및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도록 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은 지난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 했다.
원주·제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