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가 뛰는 외국 구단을 방문하면 그 선수의 진짜 위상을 알 수 있다. 17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브레이든턴에서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를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그걸 새삼 느꼈다. "오, 강? 지금 여기(매케츠니 필드) 없어요. 파이리츠 시티로 가봐요." 구단 직원에 안내에 따라 파이리츠 시티로 이동했더니 또 다른 직원이 친절하게 맞이했다.
김식 기자, 스프링캠프에 가다
이날 강정호는 야외훈련 없이 실내에서 재활치료를 받은 뒤 구단이 마련한 영어수업을 들었다. 인터뷰할 시간이 마땅치 않자 파이리츠 구단 직원은 기자를 라커룸까지 데려가 인터뷰 약속을 잡아줬다. 강정호가 파이리츠에서 얼마나 귀중한 선수인지 느낄 수 있었다. 강정호는 라커룸 밖 벤치에 앉아 메이저리그(MLB) 2년차 선수의 일상을 담담히 얘기했다.
- 현재 훈련 진도는 어떤가.
- 며칠 전 수비훈련을 시작했다. 아직 100%의 힘으로 하는 건 아니다. 이걸 잘 넘기면 다음 단계는 배팅 프랙티스(투수가 던지는 공을 치는 훈련)와 베이스러닝이다.
- 구단과 팬들은 4월 개막전에서 뛰길 바라는데.
-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일단 다 나아야 하니까. (홈런이나 타율 등) 기록들은 부상에서 회복하고 난 뒤에 생각할 일이다.
강정호는 지난해 MLB에 데뷔해 15홈런을 때려냈다. 시즌 20홈런도 가능한 페이스였지만 지난해 9월 18일 시카고 컵스전에서 수비를 하다 1루주자 크리스 코글란과 충돌, 왼 무릎 부상을 입었다. 곧바로 수술을 받고 시즌을 아쉽게 마친 강정호는 오프시즌 때 귀국하지 않고 재활훈련에만 매달렸다. 미국 언론은 강정호의 복귀 시기를 4월 말로 예상하고 있다.
- 5개월 동안 치료만 받는 게 지루했을 텐데.
- 사실 한국에 무척 가고 싶었다. 그랬다면 친구들을 만났을 거고 아무래도 재활훈련이 더딜 수밖에 없었을 거다. 여기서 있는 게 힘들었지만 그걸 이겨내야 다음 시즌에 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시간 날 때 뭘 하며 지냈는가.
- 홈구장이 있는 피츠버그 구경도 하고 여유있게 보냈다. 지금까지 야구만 열심히 했으니 힐링한다는 마음을 가졌다. 플로리다 와서는 주말에 배를 타고 낚시도 가봤다. 한국에서 하지 못했던 일들이다. 아, 동물원도 한 번 갔다.
강정호는 지난 시즌을 치르며 휴일에 동물원에 간 사진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올려 화제가 됐다. 지난해 5월 동물원에 있는 노루 동영상을 올렸다가 '강노루'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플로리다에서도 동물원에 갔다는 그는 "미국 사람들은 바쁘게 살지 않으니 이렇게 시간을 보내더라"며 웃었다.
- 지난해 강 선수의 활약 덕분에 다른 한국 선수들도 MLB에 왔다.
- 많이 오니까 좋다. MLB 훈련 스케줄 같은 걸 많이 물어본다. 박병호(30·미네소타 트윈스) 형은 지난주에 만났다. ('올해 MLB에 진출한 선수들에게 수수료라도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하자 강정호는 허허 웃으며) 앞으로 맛있는 거 많이 사주지 않겠는가.
강정호는 한국 프로야구 타자 최초로 MLB에 직행했다. 덕분에 박병호와 김현수(28·볼티모어 오리올스)도 MLB 스카우트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강정호는 박병호·김현수와 수시로 연락하며 "충분히 MLB에서 통할 수 있다. 꼭 도전해 보라"고 권유했다.
- 두 선수들은 어때 보이던가.
- 병호 형이랑 현수는 주전 선수로 출발하는 거니까 지난해의 나보다 상황이 좋다. 나는 백업요원으로 시작했다. 특히 레그킥(이동발을 높이 들었다가 내딛으며 체중이동을 하는 타법)을 쓰면 안 된다는 말을 지겹게 들었다.
- 현재 타격폼은 완성된 상태인가.
- 레그킥을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투수에 대한) 적응이 중요하다. 상황에 따라 다리를 들 것 같기도 하고 안 들 것도 같다. 어떻게 치든 지금은 (자세의 틀이) 잡힌 것 같다.
- 박병호·김현수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 지난해 4월 MLB 투수들이 전력으로 던지는 공을 봤다. 스피드가 빨랐지만 자꾸 타석에 들어서다 보면 칠 수 있게 된다. 시속 95마일(153㎞) 공을 보다 93마일(150㎞) 공을 보니 느린 것 같더라. 초반에 (잘 맞지 않아도) 조급해 할 필요가 없다.
브레이든턴=김식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