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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기중의 썰로 푸는 사진] 순천만 흑두루미의 전쟁놀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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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에서 겨울 철새들이 전쟁놀이를 합니다. 흑두루미, 큰고니, 청둥오리 등 수만 마리의 철새들이 참가했습니다. 갯벌에 난 수로를 사이에 두고 동군과 서군으로 나뉘었습니다. 육해공군이 모두 참여하는 대규모 상륙작전이 흥미진진하게 진행됩니다. 순천만의 '겨울철새 쇼'입니다. 그 규모가 미국의 유니버셜 스튜디오 보다 수천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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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에 노을이 드리워 집니다. 태풍 전야의 긴장감이 흐릅니다. 서군의 큰고니 세 마리가 해안선을 따라 초계비행을 합니다. 맞은 편에 동군의 흑두루미 해병들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립니다. 동군이 공격조, 서군은 방어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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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 바다에서 입체적인 침공 작전이 펼쳐집니다. 동군의 '흑두루미 스텔스 폭격기'가 떴습니다. 위풍당당한 위용을 자랑합니다. 이 폭격기는 날개에 검은색 '스텔스' 도료를 입혀 레이더에 잡히지 않습니다. 몸길이가 1m가 넘지만 레이더에는 잠자리만하게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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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스기는 레이더는 속일 수 있지만 육안은 피할 수 없습니다. 야간을 이용한 기습작전이 성공확률이 높습니다. 동군 지휘부가 스텔스 기능을 과신했나 봅니다. 대낮에 뜨는 바람에 정체가 발각됐습니다. 서군진영에 공습경보 사이렌이 울립니다. 서군의 전투기가 출격합니다. 하늘에서 치열한 공중전이 벌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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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군 전투기는 스텔스 기능이 있지만 서군 전투기는 기동성이 뛰어납니다. 공중전 끝에 동군의 폭격기 한 대가 추락했습니다. 갯벌에 비행기 모양의 웅덩이가 생겼습니다. 서군 병사들이 추락지점으로 몰려와 잔해를 수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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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원을 실은 동군 '청둥오리 군함'이 바다를 건너옵니다. 본격적인 상륙작전이 펼쳐집니다. 해안에는 총탄이 빗발칩니다. 동군과 서군이 해안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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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동군의 '네이비씰' 침투조가 서군 지휘부를 기습하기 위해 은밀하게 해안에 상륙했습니다. 흑두루미로 구성된 침투조는 갯벌 색과 비슷한 위장복을 입어 눈에 띄지 않습니다. 동군의 기습작전은 성공할까요?

순천만은 겨울철새의 낙원입니다.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이곳에는 흑두루미(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I급, 천연기념물 제228호 ), 큰고니(천연기념물 제201-2호) 등 200여 종의 겨울철새 수만 마리가 날아와 월동을 합니다. 주민들의 철새사랑도 극진합니다. 새들의 안전을 위해 서식지 주변에 전봇대를 다 없앴습니다. 너른 들판에 먹이도 뿌려 줍니다. 철새 도래지에 사람이 들어 갈 수 없게 통제를 합니다. 또 철새들이 방해를 받지 않고 먹이활동을 할 수 있도록 갈대를 엮어 들판에 펜스를 둘렀습니다. 주민들의 정성에 보답하듯 해마다 순천만을 찾는 철새들이 늘어난다고 합니다.

글·사진 주기중기자·click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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