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량만큼만 만듭니다…카카오의 새 장터 실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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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가 ‘주문 제작’ 방식을 앞세워 상품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서비스에 뛰어든다.

구매·생산자 연결 새 유통방식
모바일 플랫폼 서비스 시작
다품종 소량 생산 실험 주목
수요가 공급 창출…재고 없어

 카카오는 16일 상품 구매 고객과 생산자를 연결하는 모바일 플랫폼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카카오 관계자는 “메이커스는 김범수 의장이 2014년 11월에 발표했던 ‘소셜 임팩트’ 사업의 첫 번째 모델로, 대량생산이 가져오는 자원 낭비요소를 차단하고 제조업 활성화,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톡 내에 설치되는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 플랫폼에서는 제조회사가 먼저 샘플을 보여 준 뒤 주문 고객을 모집한다. 주문수량이 이윤을 낼 수 있는 최소생산수량(MOQ)을 넘으면 생산하는 방식이다. 이에 미치지 못하면 생산하지 않는다.

카카오 측은 “필요한 고객에게 필요한 만큼 만들어 공급하면 소비자 만족도는 높아지고 재고비용은 줄어들어 사회 전체 후생 수준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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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이커스에는 우선 서울 창신동·신정동에 있는 제조공장·공방 12개 브랜드와 아티스트(디자이너) 10명, 업체 7곳이 참여한다.

현재 주문을 받는 제품은 백팩·도자기·피규어 세트 등 10종이다. 판매 상품은 일주일 단위로 변경된다.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모바일 웹(makers.kakao.com)에 새로운 상품이 공개되고 7일 동안 주문을 받는다.

 소비자는 사고 싶은 물건을 골라 카카오페이나 신용카드를 통해 결제하면 된다. 카카오는 제품 생산을 위한 비용을 제조업체에 미리 지급해 제조사의 초기 생산비용 부담을 덜어 줄 계획이다. 주문에서 제작까지 2~3주가 걸리기 때문에 카카오 측은 ‘이 기간을 참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제품’만 플랫폼에 공개할 계획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시중에서 보기 힘든 제품들이 주를 이룰 것”이라며 “수작업으로 만든 50만원짜리 한정판 장난감 프레디, 독특한 디자인의 카카오 캐릭터 망토 담요 같은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윤은 제조사와 아티스트, 카카오가 나눈다. 분배 비율은 상품마다 다르지만 비공개가 원칙이다. 카카오 측은 “사회 공헌 차원의 서비스여서 카카오 몫은 유통 수수료 수준의 최소 비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해외에는 ‘킥스타터’와 ‘인디고고’ 같은 주문 제작 플랫폼이 있지만 제작사가 크라우드펀딩(소액투자)을 받아 제품 생산을 한다는 점에서 구매자가 결제하는 카카오 모델과는 다르다. 특히 카카오 모델은 상품 기획 단계부터 제작사와 협업하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가방 제품 등에 주문 제작 서비스가 있으나 모바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사업자가 뛰어드는 건 카카오가 처음이다.

 학계에서는 이를 두고 “소규모 양산체제에 대한 새로운 실험”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경원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그간엔 공급이 수요를 창출하는 방식을 취해 왔는데 카카오 방식은 수요가 공급을 창출하게 된다”며 “결과적으로 제품에 대한 선택권이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조광수 연세대 정보대학원 교수는 “전통적 상거래는 제조사가 만든 제품을 상품기획자(MD)들이 취사선택해 유통 매장에 진열하고 나머지는 창고에 보관하는 방식이었지만 카카오 방식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모든 과정이 생략된다”고 했다.

 카카오 측은 메이커스 제품군을 향후 확대할 방침이다. 메이커스 위드 카카오가 성공하려면 대량생산되는 제품과 비교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갖추고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특이한 제품을 고르는 게 관건이라는 지적도 있다.

카카오 측은 “보통 공산품 가격의 20% 정도는 재고 관리비용”이라며 “이를 줄여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태희·전영선 기자 adonis55@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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