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추락한 UH-1H 헬기…아직도 한국에 100여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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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205항공대 소속 UH-1H 헬기(일명 휴이) 한 대가 15일 오전 강원도 춘천시 신북면 율문리 인근에서 추락했다. 군에 따르면 사고 직후 헬기에 탑승했던 4명이 구조됐으나 이중 조종사를 제외한 3명이 치료 중 숨졌다. 사고 헬기에는 조종사 홍모(50) 준위와 부조종사 고모(26) 준위, 박모 상병, 최모 일병 등이 타고 있었다.

군 관계자는 “헬기 점검 중 사고가 발생했다”며 “통상 점검은 4단계로 이뤄지는데 엔진 가동 후 지상 1m 높이에서 호버링(정지비행)을 하는 3단계 점검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헬기가 호버링 중 갑자기 급상승해 2.5m 높이의 부대 담을 넘어 인근 밭에 추락했다”고 설명했다. 민간인들의 피해는 없었다.

군 당국은 “헬기 엔진 소리가 이상했다”는 목격자들의 증언과 부서진 동체를 확보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사고 헬기는 73년 도입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기종은 이날 사고를 포함해 1990년 이후에만 5대가 추락했다. 군은 같은 기종 140여 대를 도입했으며 현재 100여 대를 운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뮤지컬인 ‘미스 사이공’에도 등장했던 UH-1H 헬기는 베트남전에서 맹활약했던 기종이다.

55년 미국에서 개발됐다. 한국은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68년 병력과 화물 운송을 위해 제21기동항공중대 창설과 함께 처음 도입했다. 육군은 대표적인 노후기종인 UH-1H 헬기를 국산 헬기 수리온으로 교체하면서 2020년까지 도태시킬 계획이다.

육군은 예산 절감 등을 이유로 올해부터 기체를 완전 분해하고 조립하면서 부품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창정비(廠整備)를 중단했다. 문제는 사고 헬기와 같은 기종을 향후 4년 간 더 운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도태를 앞두고 창정비가 중단돼 향후 기체결함이 더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육군 관계자는 “헬기 수명은 통상 30년 안팎으로 현재 육군이 운용 중인 UH-1H 헬기는 생산된지 40년이 훨씬 지나 이미 수명을 다했다”며 "하지만 사고 예방을 위해 정비·점검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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