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가지다'를 버리자 (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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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회에 이어 '가지다(갖는다)'를 남용한 문장에 대해 살펴보자.

.한.미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盧대통령은~.

→'기자들과 회견한'이나 '기자들과 만난' 또는 '직후 있은 기자회견에서'.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가진 대책회의에서~.

→'당사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또는 '당사에서 개최한 대책회의에서'.

.전경련 등 경제5단체는 긴급 회장단 모임을 갖고~.

→'회장단이 만나서''회장단이 모여서' 또는 '회장단이 모임을 열고'.

이와 같이 회견.회의.대회.전시회.박람회.공청회 등은 '한다, 연다, 개최한다'고 하면 된다.

.업무를 정지시키는 효과를 갖는다.

→효과가 있다.

.이 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다.

.권한.의무.경험.이유.관계 등은 대부분 '가지다' 대신에 '있다'를 쓰면 된다. 또 흔히 하는 인사말 중 '즐거운 시간 가지시기 바랍니다'는 'have a good time'을 직역한 형태로, 우리말 구조가 영어와 같다고 생각하는 데서 비롯된 것이다. 이는 '즐겁게 보내시기 바랍니다'로 써야 매끄럽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법정 스님도 '무소유'에서 하루에 한가지씩 버려야겠다고 다짐한다. 우리말에서도 가지려고만 들지 말고 버려야 될 때가 있음을 기억하자.

권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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