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스스타트, 한국 빙속의 메달밭 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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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체육회는 지난 2014년, 4년 뒤 열릴 평창 올림픽 목표로 금메달 8, 은메달 4, 동메달 8개를 내걸었다. 그 중에서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기대되는 금메달은 2개다. 이상화(27·스포츠토토)의 주종목인 여자 500m와 이승훈(28·대한항공)과 김보름(23·강원도청)이 출전하는 남녀 매스스타트다. 평창에서 처음 정식종목이 된 매스스타트가 황금의 땅인 엘도라도가 되리라는 기대를 받고 있는 것이다.

에릭 바우만(43·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코치는 12일(한국시간) 러시아 콜롬나에서 열리고 있는 2016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가 끝난 뒤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승훈과 김보름이 남자 1만m와 여자 3000m에서 10위와 7위로 메달권에는 진입하지 못했으나 괜찮은 컨디션을 보였기 때문이다.

매스스타트는 여러 명의 선수가 함께 지정된 레인 없이 400m 트랙 16바퀴를 함께 달린다. 기록이 아니라 순위가 중요하기 때문에 치열한 몸싸움과 전략 대결이 펼쳐지는 등 쇼트트랙과도 비슷한 면이 많다. 공교롭게도 한국 매스스타트 남여 에이스인 이승훈과 김보름은 모두 쇼트트랙에서 전향했다. 이승훈은 2009년 롱트랙으로 옮겨와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장거리 간판으로 떠올랐다. 전부터 스피드스케이팅 도전을 고려했던 김보름은 2010년 이승훈의 메달 획득에 자극을 받았다.

이승훈은 월드컵 시리즈 초대 매스스타트 챔피언이다. 2014-2015시즌 종합 1위에 올랐다. 올시즌은 7위다. 하지만 이번 세계선수권에서는 메달권 진입이 기대된다. 김관규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사는 "유럽 선수들은 국적이 달라도 같은 클럽에서 뛰기 때문에 한 팀이나 마찬가지다. 견제가 정말 심하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 네 종목에 출전하는 이승훈은 "1만m에서는 페이스를 조절했다. 팀 추월과 매스스타트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 시즌 월드컵에서는 안정적으로 탔다. 이번에는 승부를 걸어볼 생각"이라고 했다.

김보름은 올시즌 월드컵 1차 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2차 대회에서 다른 선수와 부딪혀 허리를 다치는 바람에 더 이상 출전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컨디션이 매우 좋다. 김보름은 3000m 경기에서 개인 최고 성적인 7위를 거뒀다. 1000m까지 속도를 내지 않았던 김보름은 중반에 힘있는 레이스를 펼쳤다. 김보름은 "다카기 미호(일본·6위)에게 뒤져 아쉽다"면서도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고 미소지었다. 바우만 코치는 "김보름이 좋은 경기를 했다. 매스스타트를 생각해 힘을 아끼도록 했다"고 했다. 매스스타트는 대회 마지막날인 14일 밤 마지막 종목으로 열린다.

콜롬나(러시아)=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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