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좋아진 게 없어, 여당도 사만 좋으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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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리리 무소속으로 나오지….후보님은 존디(좋은데), 당이 영 맘에 안 들어요~.”

새누리 정운천이 전한 호남 민심

설날 하루 전인 7일 전주 완산구 서신시장. 빨간 점퍼 차림으로 인사를 건넨 남성에게 상인 김연순(62ㆍ여)씨가 했다는 말이다. 빨간 점퍼 차림의 남성은 완산을 새누리당 예비후보인 정운천 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그는 이명박 정부 초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으로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7년째 전주에 출마하고 있다. 이번 총선은 ‘제2의 이정현'(전남 순천-곡성)’을 꿈꾸며 한나라당(2010년 지방선거)과 새누리당(2012년 총선) 간판을 달고 나선 세번째 무대다.

2010년 전북지사로 처음 출마했을 땐 18.2%를 득표했으나 2012년 총선에선 35.79%를 얻었다. 총선 때 1위를 한 이상직 의원은 47.0%였다.

지난해 12월 26~27일 뉴스1 전북취재본부가 완산을 유권자 665명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27.1%를 얻어 이 지역 현역인 더민주 이상직 의원(23.8%, 뉴스1 발표)을 앞섰다.

그는 "이정현 의원 당선 이후 여당 소속이라도 표를 줄만한 후보가 있는 지역에는 '예전처럼 덮어놓고 더불어민주당을 찍지는 말자'는 새로운 여론이 있다"며 “다만 여당이 제대로 된 후보를 내지 못한 지역에선 '그래도 새누리당을 찍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정서가 강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무소속 출마를 권유하는 유권자를 만나게 되는 것은 호남 지역주의에 생기기 시작한 작은 균열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여전한 지역주의의 위력을 동시에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했다.

정 전 장관은 호남에서 이런 바닥 민심의 고심이 드러나는 이유가 ‘더민주 1당 체제’에 대한 피로감이라고 주장했다. 그 피로감은 ‘호남 낙후론’에 직결돼 있다고 했다. 실제 정 전 장관이 설 연휴 기간 중 재래시장에서 만난 장영숙(61ㆍ여)씨는 첫마디가 “우리 아들 취직해 장가 좀 가게 해주소”라는 부탁이었다고 한다.

완산구 롯데백화점 앞에선 설빔을 입고 명절인사에 나선 정 전 장관 가족들에게 따뜻한 음료수를 건네며 “힘내라”고 응원하는 유권자들이 적지 않았고, 택시기사 김성운(46)씨도 그에게 “민주당을 30년 동안 찍어줬는데 호남이 바뀐 게 하나도 없다. 이번엔 밀어드리겠다"고 말했다고 정 전 장관은 전했다.

정 전 장관은 “그래도 7년 전엔 ‘어디 한나라당이 돌아다니냐’면서 명함을 찢어 던지는 일이 다반사였다"며 “이제는 지역주의의 얼음은 녹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물론 그의 상대는 더민주만이 아니다. 국민의당은 더민주는 떠났지만 새누리당으론 못 가는 호남 표심을 쓸어담겠다는 전략이다. 당장 장세환 전 의원을 포함해 4~5명이 국민의당 공천을 놓고 경쟁 중이다. 지역에선 “전주 덕진에 3선을 한 정동영 전 의원이 국민의당에 합류할 경우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정 전 장관은 “호남에도 ‘여야 쌍발(프로펠러 두개,두 날개)정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중"이라고 말했다.

남궁욱 기자 periodist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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